[횡설수설]윤득헌/'대박의 꿈'은 좋지만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9시 18분


인기 탤런트 가족이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횡재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슬롯머신에서 누적된 돈을 한꺼번에 받는 잭팟 게임에서 잭팟을 터트린 것이다. 6달러를 넣고 얻은 상금은 948만여달러(약 104억원)였다. 상금이 무려 160만배에 이르니 그야말로 '대박'중에서도 최상급인 '대왕대박'이었다. 경마장에서 나오는 수천배의 상금만 보아도 '괜찮은데'라고 여기는 서민은 '한번 해볼까'란 생각도 해봄직하다.

▷카지노가 무엇인가. 근원이나 역사가 어찌됐든 우리에게는 음흉한 게 도사린 도박장으로 자리해오지 않았을까. 짜릿한 승부감을 만끽하는 데는 도박만한 게 없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도박에 얽힌 부작용을 숱하게 목격해 도박이란 말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도박단 사기, 도박 골프, 돈 많은 사람이 외국에서 카지노를 즐기기 위해 외화를 반출했다 적발된 일 등은 도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늘 증폭시켜왔다.

▷그러나 카지노는 관광산업이기도 하다. 황량한 사막에 위락도시로 조성된 라스베이거스가 카지노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음은 너무 잘 알려진 얘기다. 한해 4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카지노를 즐기고 머물며 쓰는 돈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지금은 중국에 귀속된 마카오도 카지노로 움직이는 도시이다. 들어온 돈이 머물라는 의미로 카지노 호텔을 새장모양으로 한 곳도 있는 마카오에서는 카지노 사업이 GDP의 40%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지노는 관광진흥법상 외화획득을 위한 관광산업으로 되어있다.

▷엊그제 강원도 정선군에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가 문을 열었다. 광산의 폐쇄로 피폐해진 지역경기를 살리고, 카지노 애호가들의 달러 해외유출을 억제하자는 뜻이 있을 것이다. 실제 문을 열자마자 1만여명의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사업자측은 2006년까지 라스베이거스처럼 종합관광 휴양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며 수익의 10%는 지역경제 발전에 쓴다고 한다. 다만 이곳이 '대박'의 꿈만을 부추기며, 무질서의 온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윤득헌 논설위원>dhy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