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드타운 지역의 소방대장이던 시절에 겪은 일이다. 어느날 소방대원의 출동명령을 알리는 화재경보기 소리가 갑작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나는 무언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보기가 작동한 현장에서 불길은커녕 연기조차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소방함 옆에서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짓고 서있는 아시아계 관광객 두 명만이 있었다. “우린 일본에서 방금 뉴욕에 도착한 신혼부부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알고보니 소방함 단추를 횡단보도의 보행신호를 조작하는 단추로 잘못 알고 눌렀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