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고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는 ‘조금’ 불편해 보이는 인형들.바로 이청자 사무국장(56, 한국재활재단)이 만든 인형들이다.
“장애 아동들이 자라서 어른이 됐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건 일반인들이 그들을 더불어 사는 동료로 받아주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장애아동을 자연스레 인식토록 해야죠.”
이국장이 장애인형을 본격적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 건 2년 전. 일반 아동들이 장애아동을 무서워하거나 놀리거나 해서 이들이 크게 상처받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일반 아동들이 장애인형들을 가지고 놀면서 장애인들이 단지 조금 불편한 사람일 뿐 자신들과 같다는 것을 자연스레 배우게 해야해요.”
그러면서 이국장은 자신이 직접 장애인형으로 교육하는 방법을 보여주겠다며 나섰다.
“예를 들면 이렇게 하는거에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흠흠…(남자 인형을 들고 아주 낭랑한 목소리로)여기 아주 건강한 형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날 형은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그래서 다리를 많이 다쳤답니다. (인형을 휠체어에 앉히며)다리가 많이 아프겠죠? 그러니까 휠체어에 앉아야 해요. 이 형도 다치기 전엔 여러분과 똑같았답니다.”
50대의 나이에도 불구, 그 목소리며 행동이며 발그레한 볼이며 영락없는 20대 처녀선생님 같다.
이국장이 본격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 건 자신의 아들이 한살때 3도화상을 입고 정신지체가 되고난 이후.
그러니까 벌써 20년이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그전까진 장애인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내 가족이 그렇게 되고나니 장애인문제가 심각하다는게 현실로 와닿더라구요."
얼마전에 지금은 31살이 된 아들이 지하철에서 길을 잃었는데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집으로 무사히 온 일이 있었단다.
"그때 또 한번 느꼈죠. 사회의 관심과 애정이 장애인들에겐 가장 큰 기쁨이자 도움이란걸요."
그러면서 이국장은 일반인들이 어릴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교육을 받는다면 상황은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이 장애인형이 꼭 필요한 물건이죠?"
마치 CF처럼 장난스레 인형을 홍보하는 이국장의 모습이 소녀같아 보였다.
장애인형세트에는 황인종1쌍, 흑인 1쌍, 안내견, 휠체어 등이 포함돼 있다. 이중 흑인인형이 예사롭지않다.
"아이들 인형 한번 보세요. 모두 백인인형이에요. 이 흑인인형으로 아이들에게 인종차별 안하기 교육까지 시킬 수 있으니 일석이조죠."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잖아요. 지금부터 아이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주는 교육을 꾸준히 한다면 그들이 어른이 됐을땐 장애인, 일반인 모두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겠죠?"
확신에 차 또박또박 말하는 그 모습이 지금까지 푸근하게만 느껴졌던 이미지를 흔들어 놓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흔히들 쉽게 말한다.
이국장이야말로 결코 쉽지않은 이 말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분이 아닐까.
때로는 '단단함'으로 장애인들 앞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고 한편으론 '포근함'으로 그들을 따스하게 안아주는 이청자 국장.
그녀의 모습에서 100년후의 우리 사회를 볼 수 있었다.
장애인, 일반인 모두 어우러져 한 목소리를 내는 사회를….
(장애인형세트구입문의:사회복지법인 한국재활재단
Tel:02)376-6283 Fax:02)376-62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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