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 낯 뜨거워라. 생각없이 던진 물음에 뜻밖의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온다.
개그맨 이홍렬. 한때 500원짜리 동전을 코에 넣는 묘기로 ‘뺑코’라는 별명이 붙은 이후 아무리 발악(?)을 해도 그 별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누가 뭐라해도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웃기는’ 사람.
그가 그랜저XG를 탄단다. “대우가 들으면 기분나쁘겠지만, 히히, 저는 처음부터 현대차만 탔어요.”
그의 자동차 이력은 포니 시절부터 시작된다. 맨처음 탔던 게 81년 면허증을 처음 따고 매형으로부터 ‘뺏은’ 포니1. 다음에는 기아의 1000㏄짜리 소형차 브리시아, 다음은 현대의 포니2, 스텔라, 쏘나타Ⅰ, 쏘나타Ⅱ 등으로 이어졌다.
“좀 형편이 펴지니까 슬슬 외제차로 눈길이 가데요. 그래서 BMW 520을 몰았죠.” 98년 3월 유학을 떠나면서도 BMW를 ‘데리고’ 갔고 지난해 9월 귀국하면서는 BMW를 판 돈으로 여비를 마련해 들어왔단다. BMW에 대한 그리움. 그것은 가족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던 미국 생활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두 아들을 데리고 서해안을 따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같은 데를 다녔어요. 하루에 대여섯 시간 달리고, 자고. 1주일 걸리는 여행을 1년 반동안 3번이나 했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다닐데가 없어요. 사인공세가 많아 유원지에도 못가고, 어디 호젓한데 가려고 해도 고속도로가 주차장이잖아요.”
그랜저XG를 사기까지 과정이 꽤 힘들게 나왔다.
“연예인 생활이라는 게 늘 지방으로, 서울에서도 이쪽 저쪽으로 다녀야 하는 거잖아요. 귀국 직후 차를 물색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그랜저XG를 많이 권하더라고요. 진주색인데, 너무 예뻐요.” 산 지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는데 주행거리는 2만4000㎞.
우리나라 차가 많이 좋아졌단다. 예전에는 비만 오면 차가 섰는데 지금은 잡음도 없고 차도 엄청 잘 나간다는 것이 이홍렬씨의 평가. 그런데도 그의 작은 눈에 여지없이 잡힌 ‘옥의 티’.
“언젠가 한 번 뒷 트렁크의 스프링이 고장나 트렁크를 열려면 끙끙대며 밀어올려야 하더라고요. 수리하는 데 한 반나절 걸렸나, 그 후로도 같은 고장이 계속 되는 거예요. 아주 사소한 마무리지만 그런걸 제대로 만들어야죠.” 그래도 수리를 계속 무상으로 해줘서 그의 결론은 “우리나라 차 좋다”였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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