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자동차의 남양자동차 종합기술연구소는 디자인에서 설계 제작 시험 평가까지 자동차 개발의 전과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첨단 연구소다.
남양연구소(경기 화성군)를 짓기 위해 현대차는 86년부터 10년간 약 3500억원을 투자했다. EF쏘나타가 남양연구소에서 개발된 첫차. 현재 아반떼 이상의 중대형 자동차에 대한 연구 및 실험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남양연구소에서는 3차원 디지털 설계를 도입, 종이도면 없이 제품을 개발한다. 슈퍼컴퓨터와 100여대의 해석용컴퓨터, 세밀한 설계를 위한 350여대의 그래픽 단말기가 디지털 설계의 도구.
각 부분의 설계팀과 부품업체, 중앙 디자인실에 연결된 자동차설계용 인트라넷을 통해 실제로 모형을 일일이 만들지 않고도 가상공간에서 미리 조립해 볼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설계상의 문제점은 대부분 잡아낼 수 있다.
설계가 끝나면 대형스크린으로 자동차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영상품평회가 이어진다. 가상공간에서 차 문을 열고 내부를 보거나 여러 색으로 자동차를 칠해 볼 수 있고 가상의 사람을 운전석에 앉혀 주행시험까지도 할 수 있다.
설계와 가상점검이 끝나면 실험용 자동차를 제작해 본격적으로 차를 고문한다.
99년 완공된 풍동은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상황을 실내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집채만한 선풍기처럼 생긴 프로펠러가 가벼운 공기마찰부터 초강풍까지 불어준다. 풍동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건설됐으며 다른 풍동이 공기흐름과 바람의 저항만 측정하는 데 비해 남양연구소에서는 소음까지 측정할 수 있다.
고온 저온 실험실에서는 에어컨과 히터의 성능에서부터 극한의 조건에서 차량의 ‘버티기’를 실험한다. 고온실험실은 최고 섭씨 60도까지, 저온실험실은 최저 섭씨 영하 40도까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남양연구소의 주행시험장은 30개 시험로로 이뤄져 있으며 총길이는 60㎞다. 저마찰로 부식시험로 등 68개 종류의 도로상태가 있다. 타원형의 고속주행로에서는 최고 시속 250㎞까지 달릴 수 있다. 이밖에 충돌시험 강도시험 도로시뮬레이터시험 등을 할 수 있는 각종 장치가 실험차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는 남양연구소를 비롯해 용인 울산 전주 등 국내에 총 8개의 연구소를 두고 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