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퇴직금을 타면 먼저 신용대출부터 갚는 것이 좋다. 대출이 있는데 퇴직금으로 저축을 한다면 두가지 면에서 손해다. 보통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대출 이자로 갚는 돈이 예금으로 받게 되는 이자보다 훨씬 크다. 다만 현재처럼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아 있는 상황에서 장기 저리의 주택자금 대출이 있다면 집을 팔 때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대출금을 유지해도 좋다. 이자가 싼 장기저리 대출을 끼고 산다면 매입자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퇴직금을 투자할 때는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금부분보장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1인당 5000만원을 초과하는 거액의 퇴직금이라면 안전한 금융기관과 거래하도록 한다. 또 갑자기 목돈이 생겼다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덥석 주식을 사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를 한 후에 그것도 완전 여유자금으로 해야지, 생계를 꾸려야 할 퇴직금으로 투자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잘 되겠지’ 하는 한가닥 행운을 기대하고 무모하게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셋째, 생계비는 퇴직금을 월이자 지급식 상품에 투자하여 해결한다.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월이자지급식 상품을 이용하면 퇴직금을 까먹지 않고 생계비를 해결할 수 있다. 이때 1인당 2000만원까지 세금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금우대 월이자지급식 상품에 가입한다. 세금우대 월이자지급식 상품은 은행이나 신용금고의 실세정기예금, 단위 농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의 협동조합예탁금, 특수은행의 금융채통장 등이 있다. 종류별로 가족수대로 2000만원씩 분산하여 예치하도록 한다.
만약 매월 발생하는 이자로 생계비가 부족하다면 은행이나 보험사의 즉시연금식 상품에 가입하여 1개월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같이 타 나가는 방식을 이용한다. 은행의 노후생활연금신탁 즉시연금식에 5000만원을 불입하면 매월 약 100만원 정도를 5년 동안 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즉시연금형 상품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지급하기 때문에 만기에 원금은 소멸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넷째, 분산투자가 중요하다. 퇴직금을 한 상품에 모두 가입하면 자녀의 학비나 결혼비용 등으로 갑자기 돈이 필요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 500만원이 필요한데 5000만원짜리 예금을 중도해지하게 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필요한 시기에 돈을 찾을 수 있도록 만기를 달리하여 분산투자하는 것이 좋다. 자금계획에 맞춰 장단기 상품에 분산 투자하고, 유동성 확보책으로 자금의 일부는 수시입출금식예금(MMDA)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에 가입한다.
다섯째, 퇴직후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창업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주거래 금융기관을 정해서 거래하는 것이 좋다. 주거래 금융기관을 정하고 각종 거래를 집중시키면 창업자금 대출을 받는 데도 유리하고, 우수고객으로 선정되면 대출금리 우대 등 각종 혜택이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