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플로리다주 대법원 판결 요지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8시 40분


21일 미 플로리다 대법원이 발표한 42쪽 짜리 판결문의 골자는 ‘국민 투표권의 최우선 보장’으로 요약된다. 법원은 20여 종류의 선거관련 플로리다 판례에 기초해 “판결을 좌우하는 기본 원칙은 모든 유권자의 의지를 결과에 반영하는 것이지 선거법을 세세하게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권자 최우선〓판결문이 가장 먼저 관심을 돌린 문제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 진영이 다르게 보고 있는 ‘투표권(Right to Vote)’에 대한 해석. 판결문은 “투표권은 참정권이며 표현의 권리인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했다. 판결문은 “우리의 목표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어떠한 것이든지 간에 반영되는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라면서 “유권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목적은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최대의 관심사”라고 밝혔다.

▽수작업 필요성〓판결문은 수작업 재검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작업이 기계 검표상의 모든 실수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기계에 대해 맹목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은 “주 선거관리위원회는 기계검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작업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면서 “수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 국무장관이 일주일 내에 선거 결과를 인증해야 한다는 선거법 적용을 유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 국무장관의 재량권〓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서 가장 비판적으로 다뤄진 문제가 ‘주 국무장관의 재량권’이라고 평가했다. 51년 제정된 선거 관련법규는 주 국무장관이 법정시한 이후 접수되는 재검표 결과를 ‘무시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89년 개정된 법률은 ‘무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판결문은 “주 국무장관의 재량권을 훨씬 넓게 적용한 89년 개정 법률이 법적 의미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밝혀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언급되지 않은 문제〓대법원은 이른바 ‘보조개 표’에 대해 판결문은 유효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무효화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판결문은 이와 비슷한 일리노이주의 소송을 예로 들며 “법원이 이 소송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해외주둔 군인들의 부재자 투표 중 우편 소인이 찍히지 않아 개표에서 제외된 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빠졌다. 보조개표 처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 고어 후보진영에 불리하다면 부재자표 처리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부시 후보측에 불리하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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