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최우선〓판결문이 가장 먼저 관심을 돌린 문제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 진영이 다르게 보고 있는 ‘투표권(Right to Vote)’에 대한 해석. 판결문은 “투표권은 참정권이며 표현의 권리인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했다. 판결문은 “우리의 목표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어떠한 것이든지 간에 반영되는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라면서 “유권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목적은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최대의 관심사”라고 밝혔다.
▽수작업 필요성〓판결문은 수작업 재검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작업이 기계 검표상의 모든 실수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기계에 대해 맹목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은 “주 선거관리위원회는 기계검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작업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면서 “수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주 국무장관이 일주일 내에 선거 결과를 인증해야 한다는 선거법 적용을 유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 국무장관의 재량권〓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서 가장 비판적으로 다뤄진 문제가 ‘주 국무장관의 재량권’이라고 평가했다. 51년 제정된 선거 관련법규는 주 국무장관이 법정시한 이후 접수되는 재검표 결과를 ‘무시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89년 개정된 법률은 ‘무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판결문은 “주 국무장관의 재량권을 훨씬 넓게 적용한 89년 개정 법률이 법적 의미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밝혀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언급되지 않은 문제〓대법원은 이른바 ‘보조개 표’에 대해 판결문은 유효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무효화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판결문은 이와 비슷한 일리노이주의 소송을 예로 들며 “법원이 이 소송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해외주둔 군인들의 부재자 투표 중 우편 소인이 찍히지 않아 개표에서 제외된 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빠졌다. 보조개표 처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 고어 후보진영에 불리하다면 부재자표 처리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은 부시 후보측에 불리하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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