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모양새가 청소년들의 민감한 관심거리가 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서태지류’를 비롯한 최근의 파격추세에 사이버 토론까지 가세해 이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청소년웹연대 ‘위드’는 5월초부터 ‘노커트’(nocut·‘자르지마’)라는 프로젝트명을 내건 두발제한반대운동 사이트(www.idoo.net/nocut)를 통해 지금까지 15만2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두발 완전자유화가 학생회장 선거의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음은 물론이다.
▽터진 물꼬〓광주 전남의 경우 고흥금산종고 보성실고 등 7개교가 옅은 갈색에 한해 전체염색을 허용했고 여수공고 나주여상 등 9개교는 부분염색을 허용하는 등 광주 128개, 전남 402개 중고교가 염색을 허용했다.
남녀 공학인 광주과학고는 ‘전체적으로 단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블리치를 허용했다.
경남의 경우 염색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되 일부 학교에서 옅은 갈색은 허용했다. 전북 전주지역은 18개 중고교에서 머리카락 길이와 염색 등의 완전자유화를 결정했다.
광주S고 박모 교사(48)는 “이번에 터진 자유화의 물꼬로 머지않아 전국의 교실이 총천연색 머리들로 가득 차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아직은 통제가 대세〓이런 가운데서도 전국적으로 90% 이상의 학교가 염색은 일절 금지하고 머리카락 길이만 늘려주는 절충형을 택해 ‘단정한 학생상’을 아직 깨뜨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화에 앞서고 있는 광주에서도 남학생의 경우 앞머리는 눈썹, 옆머리는 귀를 가리지 않고 뒷머리는 셔츠 깃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하며 여학생은 머리를 땋거나 묶는 경우에 한해 머리길이를 어깨선에서 7∼12㎝까지 허용하는 등 ‘단정’의 조건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도 대부분 자율화의 길에 접어들었으나 ‘염색 불허’를 고수하고 있고 대전 강원 제주도 비슷하다.
서울은 절반 가량의 학교가 최근까지 토론회를 가졌으나 완전자유화를 결정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 대구의 경우 ‘머리카락 길이는 학교장 재량에 위임하되 염색과 퍼머는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시교육청 지침을 지키고 있다.
▽생활지도가 걱정〓17일 오후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학생두발문제 해결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아직은 미완성 인격체인 학생들에게 두발문제를 전적으로 맡긴다는 것은 곤란하다”며 ‘일정한 통제’를 촉구했다. 학생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 교육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이 학부모처럼 대체적인 학부모들의 생각은 폭력 서클활동, 유흥업소 출입, 원조교제 등 10대들의 부정적 행태와 머리문제를 직접 연상시키는 쪽에 기울어 있는 게 현실이다.
경남도교육청 김정갑(金正甲·55·생활지도담당)장학사는 “전통과 교육분위기를 고려할 때 일정부분 자유화는 몰라도 완전자유화는 곤란하다”며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가 성의를 갖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교육풍토가 흐트러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사이트에 글을 올린 한 학부모는 “유치원생들도 머리를 물들이는 현실 속에 서 중고교생들의 외모를 통제해야만 탈선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어른들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는 등 ‘획일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지방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