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북측 방문단을 초청한 대한적십자사 장충식 총재마저 돌연 일본으로 출국. '가뜩이나 먹을 게 없는데 주인도 없는' 잔치 격이 되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된 사연도 딱하기 그지없다. 주인장이라는 사람이 손님 맞기에 앞서 괜한 구설수에 오른 게 화근이었고, 이에 발끈한 손님이 그 주인장이 차려주는 상 안 받겠다고 버틴 것이 잔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더 안쓰러운 건, 주인장이 허술한 잔치상만 차려놓고 볼일 있다고 간 곳에선 정작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왔지' 한다는 것이다.
장총재가 하한가를 경신한 게 벌써 두 번째다. 처음은 정황을 잘 파악하지 못한 단견 때문에,이번은 골치 아픈 자리 피하고 보자는 무소신 때문에. 행여 정부가 북한의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 그를 잠시 빼돌렸다 손치더라도 주인장 행색은 이미 구겨졌다.
'북측 손님들 잘 지내시다 가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심정이 참 답답하구나.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