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초심으로 돌아가 인터넷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가치 창출을 설명하기 위해 정보중개업자(infomediary)의 개념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중개업자란 고객과 생산자를 연결시켜주는 에이전트(agent)로서 고객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중개업자를 의미한다. 물론 통신 판매나 신용정보 사업 혹은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처럼 이미 기존에도 고객 정보를 획득하고 활용하는 기업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정보중개업자들이 이러한 업체들과 구별되는 점은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을 보호하고 고객이 판매업자로부터 얻는 이익을 최적화 할 수 있도록 철저히 고객의 대변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중개업자들은 고객의 욕구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탐색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주는 기능은 물론 고객의 프라이버시와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 마치 규모의 경제와 대량 생산을 우위로 급성장 했던 생산업체들이 20세기 후반 고객들과의 접점을 확보한 유통업체에 의해 주도권을 상실했던 것처럼 인터넷 시대에도 닷컴 기업보다는 고객의 신뢰를 확보한 정보중개업자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업계를 재편할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 경영자 입장에서는 정보중개업 그 자체가 사업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측면 외에 정보중개업의 등장이 기존 사업에 미칠 파급 효과를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저자들은 정보중개업자들의 등장이 기존 기업을 해체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금까지 기업 내에서 함께 이루어졌던 세 가지 기능인 제품 혁신, 고객 관계 관리, 생산, 물류 등 인프라 관리 중에서 고객관계 관리 기능은 정보중개업자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고 경영자는 제품 혁신과 인프라 관리 중 자신이 강점이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된다. 결국 누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서 진정한 고객의 에이전트 역할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여타 기업의 역할과 기능도 변모할 것이다.
아직도 인터넷 시대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지 못한 경영자가 있다면 이 책의 2부에 소개된 정보중개업 구축에 관한 방법론을 숙독하기를 권한다.
▼'정보중개와 전자상거래'/ 존하겔 3세 마크 싱어 지음/ 이경전 옮김/ 세종서적/ 304쪽/ 1만3000원▼
이동현(가톨릭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