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반대운동 연합이 주도한 세미나였는데 이 자리에는 여러 전문가들이 배석, 미혼모 문제를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혼모들은 가족 및 사회의 냉대와 거부로 인한 죄의식과 수치심 소외감 등에 시달리게 돼 기존생활의 기반을 잃는 경우가 많다.” “미혼모들이 죄의식과 상실감을 치유받고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 “미혼모 문제를 개인과 가족의 병리문제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지적을 했지요.
지난 11월16일자 국민일보에는 `미혼모 가족'이란 기사가 실렸더군요.
<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임신과 출산은 정상적인 가정의 형성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미혼모는 있어도 미혼모 가족이라는 말은 생소하게 들린다.
미혼모 보호시설인 서울 대신동 애란원 한상순 원장은 “미혼모들은 가족과 학교로부터 버림받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미혼모에 대한 정부의 무배려와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이 미혼모로 하여금 아이를 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미혼모가 자신의 삶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하략) >
|
그리고 기사는 27개월된 딸과 함께 살고 있는 미혼모 진모씨(35)의 얘기를 들려줍니다. 진씨는 “아이를 혼자 키우려고 결심한 여성은 당당해져야 하며 불의와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씨가 겪었고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읽는이를 안타깝게 하고 있군요.
이제 76년 5월13일자 한국일보 기사를 보여드립니다.
< 기아(棄兒)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미혼모의 수가 지난 6년 동안 약 16배로 크게 늘어나 미혼모 발생방지를 위한 대책이 서둘러 요구되고 있다. 홀트양자회에 의하면 69년 1년간 동회에 상담을 신청해온 미혼모는 73명뿐이었으나 75년 1년동안 상담을 신청해온 미혼모는 1천1백30명으로 놀라운 증가를 보이고 있다.(중략)
미혼모가 된 동기를 분석하고 미혼모 발생의 방지를 위한 제언을 마련한 연구서적 ‘한국 미혼모의 현황분석'(성영혜·숙대 가정대 전임강사)이 최근 발표했다.
이 연구서는 홀트양자회에 74년 한해동안 상담을 신청해온 미혼모 총 7백24명 가운데 3백41명을 조사대상으로 했다.(중략)
미혼모가 된 구체적 동기도 ‘호기심'과 ‘순간적 충동'이 35.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성에 관한 무지가 미혼모 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중략)
미혼모 발생방지를 위해 이 연구논문은 각종의 방법을 통해 올바른 성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후략) >
|
예나 지금이나 미혼모는 슬프고 어렵군요. 옛날의 논문작성자는 `예방차원'에서 교육이, 오늘날의 전문가들은 `사후처방'으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예방도 필요하지만, 사실은 사회적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애시당초 미혼모가 없으면 미혼모 문제도 없으니까요.
우리 개인들이 돈 안들이고 할 수 사회적 배려가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아직도 생소한' 미혼모 가족을 인정해주면 되는 겁니다.
스웨덴의 미혼모 복지제도는 세계제일이지요.
국가는 미혼모에게 온갖 도움을 다 줍니다. 미혼모가 되면 미혼모 수당을 줍니다. 아이 잘 키우라고 육아수당도 주지요. 심지어 아파트 보조금까지 나온다네요. 미혼모의 천국입니다.
하기사 이 나라의 어린이들 가운데 3분의 1은 미혼모로부터 태어난다 하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겠군요. 그러니 아무도 미혼모 가족에 대해 이상하게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작 중요하게 관찰해봐야 할 것은 미혼모 가족을 배려해주고 인정해주는 스웨덴의 사회분위기가 아닐까 싶군요.
미혼모 가족도 여러 가족형태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그러고 보니 원시 난혼시대의 어머니들은 몽땅 미혼모였잖아요. 너나 나나, 인류 모두는 미혼모의 후손이군요!)
자, 미혼모 가족을 인정해주자구요. 냉대하지 말고, 구박하지 말고, 손가락질 하지 말자구요.
왜 미국여자 마돈나가 미혼모가 되면 여성해방의 기수가 되고, 한국여자 진모씨가 그렇게 되면 힘들게 살아야 합니까.
늘보 <문화평론가>letitbi@hanmail.net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