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두산 심정수 "네살 아들놈에겐 꼼짝못해요"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22분


‘헤라클레스’ ‘달걀귀신’ ‘종원이 아빠’….

두산의 간판타자 심정수(25)를 만나러 가면서 퍼뜩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였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상계동 M백화점 앞. 심정수가 아들 종원이(4)에게 장난감 로봇을 사주려고 외출하기로 한 곳이다.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까만 가죽재킷을 나란히 입은 ‘부자(父子)’의 모습이 보였다.

우선 눈에 띈 것은 건장한 심정수의 체구였다. 잘 알려진 대로 심정수는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근육질의 육체파 선수. 팔뚝 둘레만 42㎝나 될 정도다. 고교 시절 친구의 소개로 집 앞 헬스클럽을 드나들면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중독자’가 됐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심정수가 하는 식이요법 중 하나가 바로 달걀 먹기. 근육 형성에 달걀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부터 ‘달걀귀신’이 됐다. 날달걀이 아니라 삶은 달걀, 그 중에서도 노른자는 버리고 흰자만 집중적으로 먹는다. 요즘도 그는 식사할 때마다 5∼7개, 하루 20개 안팎의 달걀을 매일 해치운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그의 소중한 아들 종원이. 그동안 동료들은 알고 있었지만 심정수가 ‘아빠’라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올해였다. 그가 아버지가 된 사연은 프로입단 2년째인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위의 소개로 한 여자를 알게되면서 사랑이 시작됐다. 적어도 당시엔 사랑인줄 알았다. “그런 감정은 처음이었어요. 눈에 뭐가 씐 것 같았죠. 지금 생각하면 어린 나이의 불장난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총각아빠’로 알고 있지만 그는 정확히 ‘이혼남’이다. 97년 종원이가 태어나면서 결혼을 위해 혼인신고까지 했지만 여자쪽에서 외아들로 부모를 모셔야 하는 점과 준비없이 태어난 아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심정수 곁을 떠났다. 당시 결혼식도 못하고 이혼소송을 위해 법정을 찾았던 그의 심정은 참담했다.

하지만 그는 종원이의 존재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떳떳이 야구장에도 데려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했다는 얘기다. 인터뷰 도중 심정수는 “이젠 이 녀석이 홈런이 뭔지도 알아요”라며 귀엽다는 듯 볼에 뽀뽀를 슬쩍 해준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연속 결승홈런 등 포스트시즌에서 팬들에게 인상적인 활약상을 보여준 심정수는 요즘 두 가지 일로 바쁘다. 하나는 팬클럽 결성 준비관계고 하나는 영어 배우기. 프로 입단 7년 만에 처음으로 팬클럽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 끝에 2일 대학로의 한 소극장을 빌려 발족식을 갖는다.

“운동선수는 깡통이란 얘기를 듣기 싫어서 신인 때부터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다”는 영어는 이제 생활에서 불편함이 없는 수준이 됐다. 시즌 뒤 외국인 개인교수까지 두며 열을 올리더니 4일부터 영어학원도 다니기로 했다.

부지런히 삶을 살찌우고 있는 심정수. 그는 아들 종원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배우자를 얻어 새로운 가정을 꾸리겠다고 했다. 그래야 종원이가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쓸 때 기죽지 않는다고….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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