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스템도 없고 제각각인 정치행정의 한 단면은 최근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의 행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행자부는 내년에 뽑기로 한 700명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을 시군구 기능직 공무원 중에서 구조조정으로 퇴출될 사람들을 사회복지직렬로 전환해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실시되면 심각한 행정질서의 왜곡이 생긴다. 우선 분야별 전문성이 근본부터 부인된다. 정부는 사회복지사 자격 기준으로 대학에서 최소한 14개 사회복지 전공과목과 장시간의 실습을 이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1급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만 하도록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까지 개정했다. 따라서 구조조정 대상 공무원들을 엄선해 정규교육기관에서 자격을 이수하게 한다면 몰라도 지금은 행자부의 방안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행자부의 방안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을 후퇴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복지인력을 확보한 복지국가에서도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서비스공급자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의 사회복지서비스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먼데 무경험자들을 동원하면 서비스의 질은 더욱 후퇴하게 될 것이다.
행자부 방안은 또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된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있다. 그들이 낮은 처우와 열악한 환경에서도 복지현장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은 그들이 그 일을 배우고 익혀왔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는 자긍심도 한몫을 하고 있는데 이를 짓밟아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인력 수혈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복지가 중시되는 오늘날 복지수요자들의 욕구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의욕에 찬 젊은 전문가들이 요구되는데 전혀 다른 일을 해온 기능직 출신으로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일반행정이 종합행정이라는 단견은 특히 사회복지 부문의 전문성을 무시해 큰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행자부로부터 사회복지사 단기 양성프로그램을 위탁받은 보건복지부도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충격이 유난히 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센 것도 기초복지라는 버팀목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이 혼란할 때는 행정이라도 바로서야 국민은 안도한다.
이성규<공주대 교수·사회정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