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실금고 중순께 윤곽…17곳 금감원서 특별조사

  • 입력 2000년 12월 3일 20시 26분


청와대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의 “신용금고에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와 유사한 사건이 있어 금융감독원이 조사 중인데 1, 2개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2일 발언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조사 중인 금고에서 추가적인 금고사고가 발견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지적한 원론적 발언”이라고 부랴부랴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발언 여파로 일부 금고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긍긍하고 있다.

▽‘금고사고 1, 2개 더 있다’〓그동안 신용금고 업계와 금융시장에서는 제2의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와 닮은꼴의 금고사고가 있을 것이라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벤처사업가나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가 신용금고를 사들여 자금줄로 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수석의 이날 발언은 시중의 루머를 고위당국자가 확인했다는 점에서 루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금고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즉각 “신용금고의 구조조정을 연내에 마무리하기 위해 검사계획에 따라 철저하게 검사하고 있으나 아직 진행 중”이라며 “따라서 사고 금고가 1, 2개 더 있다고 아직 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사고 금고, 12월 중순까지 밝혀진다〓금감원은 2일까지 서울의 G금고 등 10개 금고에 대해 검사를 마쳤다. 또 이번주 중에 7개 금고에 대해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상 금고의 상당수는 최근 3년 안에 벤처사업가나 M&A전문가가 인수한 금고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다른 검사국에서 25명을 차출해 금고검사 담당부서인 비은행검사1국에 투입했다. 이수석이 말한 사고 금고 1, 2개는 17개 금고 가운데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고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주가가 나쁘면 금고사고가 계속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이 11월29일 신용금고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너무 이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벤처사업가와 M&A전문가, 왜 금고사고와 연결되나〓신용금고를 사업을 위한 자금줄로 이용하기 위해 인수하는 탓이다.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는 증자나 지분매각을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주식발행이 불가능하게 되자 금고를 사금고(私金庫)로 악용한다. 정현준, 진승현 사건이 대표적인 예였다.금감원은 M&A전문가라고 일컫는 신흥 졸부에 대해 이들의 회사 인수과정과 M&A 기법들에 대해 밀착감시하고 있다. 벤처사업가나 M&A전문가들이 계열사 확장이나 주식인수과정에서 금고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홍찬선·최영해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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