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3일 일본에서 귀국한 한화 김승연 구단주는 “우리는 구대성의 미국행을 원하지만 본인이 일본행을 고집해 오릭스 진출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구대성이 미국행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는 그동안의 수많은 보도가 한꺼번에 뒤엎어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구대성은 10여분 늦게 공항 입국장에 나타나 “아직도 뉴욕 메츠에서 1000만달러의 베팅을 하고 있고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구대성은 4일 오릭스행이 확정된 뒤 “어제 공항에서는 미리 사실을 얘기할 수 없어 그랬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의혹은 구대성이 정말 메이저리그로부터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면 굳이 일본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것. 일본이 지리 문화적으로 가깝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구단의 친절한(?) 보도자료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 조건이면 무조건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 정상적인 선택이다.
이에 대해 이남헌 사장은 “구대성이 미국으로 가면 구단이 받는 개런티(이적료에 해당)는 일본보다 훨씬 많지만 본인의 몫은 적다. 그를 위해 구단에서 일본행을 권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그럴까.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화는 구대성의 해외진출 얘기가 나왔을 때 이미 오릭스에 초점을 맞춰놓았다는 느낌이다.
한화와 오릭스는 자매구단으로 김승연 구단주와 미야우치 구단주는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릭스에서 초기에 내건 베팅 금액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 발단이 된 것 같다. 이는 이남헌 사장도 시인한 부분.
그렇다면 비공식 경로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미국행 접촉선을 계속 가동하는 한편 미국행을 주장하는 구대성을 달래기 위해 오릭스의 결단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이를 기다리느라 시즌이 끝난 뒤에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고 마침내 이달 초 오릭스가 구대성의 이름값에 걸맞은 베팅을 하자 그의 트레이드 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