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은 지난달 18일 현대전에서 왼쪽 둘째손가락이 부러져 두 달 가까이 뛸 수 없게 되면서 서울 잠원동 집에서 ‘마냥’ 쉬고 있다. 손과 팔목에 깁스를 한 그는 한창 뛰어도 시원찮을 판에 드러누워 속은 숯처럼 까맣게 탔다.
눈만 감아도 공이 아른거릴 정도지만 골절에는 특효약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가 이토록 애를 먹일 줄 몰랐다.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 나갈 때를 제외하면 집안에 틀어 박혀 있다. 신문이나 책장도 제대로 넘길 수 없을 정도.
“팀이 어려운 상황인데 멍하니 지켜만 보려니 가슴이 아파요.”
서장훈은 3일 잠실에서 열린 SK와 LG의 경기에서 모처럼 체육관에 나와 벤치를 지켰다. 동료들을 응원하며 고함도 쳐봤지만 힘없이 무너지는 팀을 보며 고개를 떨궜다.
서장훈이 빠진 지난 시즌 챔피언 SK는 4일 현재 6승8패로 골드뱅크 삼보 현대와 공동 6위에 머물러 있다. 그의 공백으로 골밑에 구멍이 뚫렸고 조직력 약화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것. 기록만 보더라도 서장훈이 뛴 7경기에서 SK는 평균 40.9리바운드, 20어시스트였으나 결장한 7게임에서는 35.6리바운드, 15어시스트로 줄었다. 서장훈이 없는 SK에 2연승을 거둔 LG의 조성원은 “SK의 장점인 높이가 낮아졌고 볼의 흐름도 매끄럽지 않아 경기를 풀어나가기 쉬웠다”고 말했다.
SK 최인선 감독은 “서장훈의 부상으로 용병들의 의욕까지 떨어지는 것 같다”며 “변칙수비와 패턴 두세 가지를 임시변통으로 만들어 싸워야 할 형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장훈은 사뭇 쉴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7일 용인 팀 숙소에 들어가 하체보강 위주로 개인 훈련을 시작한다. 연말경 깁스를 풀고 내년 1월 중순 시작되는 4라운드 코트 복귀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뿐 회복 정도를 봐가며 그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자칫 무리하게 뛸 경우 상처가 도져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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