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속임 구조조정' 안된다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35분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나라 안팎의 여론이 높은 가운데 공공부문 개혁이 눈속임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단의 외양위주 구조조정은 막대한 공적자금의 부담주체인 국민을 속이는 일일 뿐만 아니라 이 나라 경제를 다시 한번 위기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한국전력 노조가 ‘국가경제의 위기상황과 파업에 대한 국민의 걱정을 고려하여’ 노사간 합의를 선택한 것은 공공부문 개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다행이다. 그러나 노사합의문에 언급된 ‘민영화 문제의 노사정 협의처리’부분과 ‘회사의 고용승계 노력’문장은 석연치 않다. 벌써부터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상반된 해석을 낳고 있는 이 내용이 ‘결단’에 수반되는 양측의 고통을 1년 뒤로 미루는 데 목적이 있다면 이는 구조조정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노사합의 발표 직후부터 불거져 나오기 시작한 이면합의설도 규명되어야 할 일이다.

담배인삼공사가 퇴직자나 그 자녀를 1년 뒤에 재취업시켜 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공사측은 적법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만에 하나 변칙적 방식으로 순간의 위기를 넘기려 한 것이라면 더 큰 경영상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구조조정기간중 퇴직한 임직원들을 전문연구원 명목으로 재고용한 공기업이나 비정규 하위직만 정리하고 그나마 자회사에 대거 재취업시킨 또 다른 공기업의 예에서도 우리는 공공부문 개혁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이런 일들이 대부분 노사간 이면합의를 통해 약속된다는 점은 정부와 공기업이 국민의 눈을 가리는 비도덕적 행동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주 한바탕 소란의 대상이 됐던 금융노조와 정부간의 이면합의설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비록 금감원측은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노조측은 이면합의 내용을 흘리면서 ‘구조조정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여부가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물론 은행과 공기업의 부실해결방법이 근로자들의 희생으로만 연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치(官治)로 부실을 초래한 정부 책임자나 경영진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그건 또 다르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에 입각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며 그것이 결국 모두가 살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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