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기자의백스테이지]'백지영 콘서트'가 아쉬운 이유

  • 입력 2000년 12월 5일 20시 01분


광풍처럼 온 나라를 휩쓸었던 백지영의 비디오 파문이 잦아들고 있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고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백지영의 '굿바이' 콘서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리듬 샤워-백지영 콘서트'란 이름이 붙은 이 행사를 위해 1억원의 계약금을 이미 지불한 기획사 '아이스타'는 현재 행사 큐시트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지영 기자회견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던 아이스타의 한 관계자는 "콘서트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콘티를 수정하고 있다"고 말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님을 시사했다. 백지영의 소속사인 '아톰 엔터테인먼트' 측도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공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피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백지영의 콘서트는 왜 열리는 것일까? 파문의 당사자인 백지영이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공연 주최측과 소속사도 골치를 앓는데도 말이다.

기자 회견 당시 백지영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단 한 명의 팬이라도 박수를 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분을 위해 열심히 하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콘서트에 '20세 이상 관람가'라는 딱지를 붙인 것만 봐도 그렇다. 차분하게 콘서트를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대규모 댄싱 팀이 등장해 현란한 춤을 보여준다는 기획사의 계획을 들어보면 콘서트를 강행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없지 않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가요계 일각에서는 공연을 파기했을 경우 계약금의 몇배에 이르는 위약금 때문에 백지영이 내키지 않는 콘서트를 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사실 비디오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살사 파티'가 열리는데 대해 가요계 안팎의 반응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굿바이' 공연이 백지영 자신이 결백함을 증명하고 가수생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하더라도 관능적인 무대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자숙하는 의미에서라도 이번 공연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백지영이라는 가수 자체가 섹스 어필하는 부분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음반 제작사가 이런 상황에서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비디오 사건만 아니었으면 각종 가요 시상식에서 여가수 부문 최고상을 받을지도 모를 백지영이 지난 1일 열린 골든디스크상 시상식에서 본상조차 받지 못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앞으로 열릴 각종 가요 시상식과 특집방송을 준비중인 공중파 방송사도 백지영 출연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백지영 관계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어쩌면 백지영은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노래와 춤으로 보상받고 싶어할지 모른다. 갑작스런 비디오 파문으로 모든 것이 헝클어진 공연 기획사 입장도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백지영을 진심으로 아낀다면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백지영이 훗날 멋지게 재기할 수 있는 토대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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