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임벌린의 경기를 TV로 지켜보면서 농구 스타의 꿈을 부풀렸던 칼 말론(37·유타 재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팀에 승리를 전달한다고 해서 ‘우편 배달부’라는 별명을 얻은 말론이 대선배 체임벌린이 남긴 족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6일 솔트레이크시티 델타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유타―토론토 랩터스전
말론은 2쿼터 종료 4분58초를 남기고 8점째를 올려 개인통산 3만1420점을 기록하며 체임벌린(3만1419점)의 통산 2위 기록을 돌파했다. 85년 NBA에 뛰어들어 16년 동안 줄곧 유타 유니폼을 입고 뛴 그가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 ‘영원한 재즈맨’ 말론이 체임벌린의 신화를 깨뜨리는 순간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8000여 홈 관중은 기립박수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209게임을 뛰는 동안 부상으로 3게임, 출전정지로 4게임 등 단 7게임을 빠졌을 정도의 성실성이 빛을 발한 셈.
이날 말론은 심판에게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 2개를 받아 퇴장 당해 끝까지 코트를 지키지는 못했으나 31점, 12리바운드의 변함없는 활약으로 유타의 98―84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말론은 “체임벌린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NBA의 선구자이며 그의 기록을 넘어선다고 생각하니 경기 전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나를 믿어주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내가 기록을 세워도 팀이 지면 어떡하나 싶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이날까지 통산 3만1443점을 기록한 말론은 카림 압둘자바의 최고기록(3만8387점)에 6944점을 남겨뒀다. 현재 추세를 유지할 경우 말론이 불혹의 나이가 되는 2003∼2004시즌에 불멸의 대기록이 달성될 전망. 말론은 가쁜 숨을 가라앉힐 틈도 없이 또다시 신기원을 향해 ‘우편 행낭’을 꾸리고 있다.
한편 지난 시즌 챔피언 LA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36점)와 샤킬 오닐(27점, 20리바운드, 7블록슛, 6어시스트)의 콤비를 앞세워 앨런 아이버슨(27점)이 홀로 버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96―85로 눌렀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