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골프장]안성cc/넓은 코스 편안한 라운딩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34분


후삼국시대 ‘비운의 왕’ 궁예의 생모가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았다는 칠현산.

조선시대에는 어사 박문수가 칠현산 칠장사에서 현몽을 꾸고 장원급제했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곳.

안성CC는 그 산자락 56만평에 자리잡고 있다.

사업상 골프장 회원권이 필요해 어느 곳이 좋을까 고민하던중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안성CC를 선택했다. ‘회원권 가격이 저렴하면서 적당한 편안함을 갖춘 곳’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국내에 있는 골프장을 대부분 가본 나의 골프장 평가기준은 무엇보다 편안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

안성CC는 나의 골프장관(觀)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코스가 시원시원하게 넓으면서도 간결하고 세련미를 갖췄다. 넓은 주차장과 웅장한 클럽하우스에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코스는 바로 옆 홀에서 날아오는 공 때문에 깜짝 깜짝 놀라는 ‘불상사’가 전혀 없는 곳이다.

인상적인 내리막 1번홀(파4). 오른쪽으로 휘어진 도그레그 홀로 우측은 숲과 연못이 입을 벌리고 있는 OB지역으로 우습게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일쑤다.

라운딩을 하던 한 친구가 너무나 좋은 경관에 취한 나머지 그대로 눌러 살고싶다던 14번홀(파4)은 태고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할 정도다.

티그라운드에서 앞산을 바라보면 봄에는 철쭉과 진달래 개나리의 화음을, 여름에는 푸르름으로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 비가 온 후에는 은은한 산안개가 주위를 휘감아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착각이 들게 만든다.

중년의 사랑처럼 보고 또 보면서 느끼는 은은함이 사람의 가슴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홀들이다.

라운드가 끝난 뒤 클럽하우스에서 간단한 요기를 한 후 디저트로 나오는 얼린 홍시는 그야말로 별미. 골프장측에서 직접 재배한 것이라는데 어느날 내가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직원이 슬며시 하나를 더 내오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기쁨이란….

작지만 큰 서비스를 실천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저절로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월 2회 라운딩에 아늑한 코스가 주는 편안한 휴식,거기에다 친절한 서비스.

요즘 분양되는 신설골프장의 억대 회원권을 싸게 구입한 격이 되니 추천해준 그 친구에게 갑자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한 겨울에 언 홍시의 달콤한 맛을 감미하면서 나는 상상한다. 눈앞에 펼쳐진 저 넓은 코스를 내 맘대로 요리할 날을.

오준성(부영무역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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