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스로 ‘제2단계 구조조정의 핵심이자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한 은행합병이 제자리걸음만 한다면 전체 구조조정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게 뻔하다.
은행들이 경제논리에 따라 알아서 할 사안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우리의 금융현실에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과 때에 따라서 밑그림 자체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문제다.
연초부터 말이 나왔던 신용경색이 아직 풀리지 않고있는 것은 이렇게 허송세월을 하는 사이 앞날을 예측할 수 없게 된 은행들이 몸을 움츠려 적극적인 기업대출을 꺼린 탓이 크다.
그렇다면 시장은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시장이 원하는 구조조정 방향〓본보 재테크팀이 정부의 은행합병이 시장에 알려진 시점을 전후한 시기의 주가등락을 조사해본 결과 투자자들은 △우량은행간 합병과 △한빛은행과 지방은행들의 지주회사화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합병과 △우량은행과 지방은행간 합병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 진단〓서울증권 여인택 선임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우량은행간 합병을 환영하는 것은 그 경우 기업여신의 건전성이 나빠지지 않으면서 소매금융 부문에서 우위를 확실히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화 방안은 궁극적으로 합병의 전단계로서, 지금보다 부실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자산부족분을 공적자금으로 메우면 나름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이 인정하고 있다는 설명.
반면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이 합병할 경우 비우량은행의 주가가 잠깐 반짝할 수 있으나 부실자산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외국에서는 우량은행이 불량은행을 인수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그같은 합병을 이유로 주가가 올라간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위원은 우량은행과 지방은행간 합병에 대해 “우량은행의 동반부실화와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지방은행 노조의 반발 등을 감안할 때 주가에는 일단 악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은행의 부실규모가 98년 당시 퇴출은행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늘린다면 우량은행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주가의 반응▼
일시 | 시장에 알려진 구조조정 방안 | 시장 반응 | 주가지수 변동률(%) | 은행지수 변동률(%) |
작년 12월16일 | 이헌재 재경부장관 “내년중 자발적인 은행합병 있을 것.” | 긍정적 | -5.3 | -4.2 |
올해 3월16일 | 이용근 금감위원장 우량은행간 합병 공식 제안 | 매우 긍정적 | -5.7 | +4.4 |
5월16일 | 정부, 우량+공적자금투입은행 합병 검토. | 매우 부정적 | -1.8 | -18.8 |
5월22일 | 정부, 공적자금투입은행간 합병 검토 | 중립 | -4.7 | -2.0 |
6월7일 | 정부, 공적자금투입은행간 연내 합병 | 긍정적 | +5.2 | +23.8 |
8월30일 | 정부, 우량은행간 합병 확정. | 중립 | -5.9 | -3.7 |
10월1일 | 한빛+광주+제주 지주회사 방식의 합병 | 긍정적 | -1.2 | +0.7 |
12월4일 | 우량은행+지방은행 합병 | 부정적 | +1.5 | +2.2 |
* 주 : 주가변동률은 해당 구조조정 방안이 알려지기 전날(D-1일)~1일후(D+1일) 기준. 당일이 휴장일이면 D-1영업일~D+2영업일 기준.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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