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인사’를 둘러싼 여러 말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57분


나라 사정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정(國政)이 총체적 위기라는 것이다. 정치는 갈수록 꼬이고 경제도 우울한 지표뿐이다. 그러니 국민은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앞날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급기야 여권에서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이른바 국정쇄신책을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여러 가지 진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근의 국정위기는 국민통합, 구체적으로는 동서화합의 가닥을 잡지 못한데서 비롯된 일이다. 김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출범 후 줄곧 동서화합을 강조해 왔다. 때로는 지역갈등에 얽힌 고뇌를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합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갈등이 오히려 깊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줄곧 인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았고 이것이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엊그제 단행된 경찰간부 인사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인사에서 전북 전주 출신의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을 유임시키고 서울경찰청장에 전남 영암 출신의 박금성(朴金成)경기경찰청장을 내정했다. 경찰사상 처음으로 호남출신이 경찰의 두 핵심 요직을 맡게 된 것이다.

특히 박청장은 98년 3월 경무관으로 승진한 뒤 1년8개월 만에 치안감을 달았고, 1년 만에 다시 경찰 서열 2위 자리에 올랐다. 능력본위 인사라고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그의 고속승진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벌써부터 그가 차기 경찰청장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경찰청 정보국장은 호남출신’이라는 인사 틀도 유지됐다. 치안감 승진자도 호남 3명, 영남 2명, 경기 강원 충청 출신은 각 1명이다.

정부는 편중인사 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영남 일색이던 과거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일 뿐이라고 강변해왔다. 전체적으로는 호남보다 영남인사가 여전히 많다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각 분야의 핵심 요직이다. 청와대와 행정부는 물론 검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경찰 군부 등의 ‘힘있는 자리’는 대부분 호남인사 몫이다. 편중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찰인사에서 무리수를 둔 것을 보면 김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의 권력누수현상을 의식해 이 같은 인사를 계속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민화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누구나 수긍하는, 상식에 맞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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