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리자마자 다급하게 “여보세요”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겼어요.”
“인터넷으로 봤다. 수고했다.”
더이상 말이 없었다.
2일 최 7단은 루이나이웨이 9단을 불계로 물리치며 3대1의 전적으로 LG정유배를 획득했다.
◇1국 간신히 승리 고비넘겨◇
―프로 입단후 첫 우승인데요.
“입단 전에 어린이 대회에서 한 번 우승한 것을 빼고는 우승은 처음입니다. 프로기사가 된 뒤에는 준우승만 6번 했어요. 모두 이창호 9단에게 도전했다 실패했죠.”
―루이나이웨이 9단에겐 자신 있었나요?
“자신있다기 보단 져서는 안되는 상대라고 생각했어요. 이창호 조훈현 9단이 모두 졌는데 저까지 지면 좀 그렇잖아요.”
―언제가 고비였나요?
“1국이 어려운 바둑이었는데 간신히 이겼고 3, 4국은 비교적 수월하게 이긴 편이예요.”
◇진학막은 아버지 뜻 옳아◇
―올초에는 성적이 무척 안좋았는데요.
“한때 9승10패로 승률이 50%를 밑돈 적도 있었어요. 일종의 슬럼프였는데 정신 자세를 바짝 조였지요. 공부도 집중적으로 하고 대국의 비중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한판 한판에 집중력을 더했어요. 6월 농심 신라면배 예선을 통과하면서부터 나아졌어요.”
―최 7단 아버지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아버지는 제게 바둑을 처음 가르쳐주고 김좌기 사범님(프로 5단) 등에게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도록 했죠. 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더이상 진학을 하지 않은 것도 아버지의 뜻이었습니다. 바둑으로 대성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것이지요. 당시는 어린 마음에 진학을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뜻이 옳았던 것 같아요. 하여튼 체력훈련 시킨다고 어린 저를 붙잡고 몇 개의 봉우리를 넘는 등산을 했을 정도로 좀 극성이셨어요.”
―이창호 9단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게 기풍이 비슷해서 그렇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저는 제 나름대로 바둑을 두는데 주위에선 그렇게 얘기를 많이 해요. 주위에서 하도 그러니까 변화를 시도해봤는데 별로 도움이 안됐어요. 누가 뭐래도 제 바둑을 둘 수 밖에 없어요.”
◇'욱'하는 성질 많이 고쳐◇
―이 9단의 바둑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이 9단은 정말 침착하죠. 저는 ‘욱’하는 성질이 있어 불리하면 승부수를 던져 한판 붙고 보는데 이 9단은 절대 도발하는 법이 없어요. 이 9단과 두면 주로 역전패를 많이 당하는데 유리해지면 방심하는 버릇 때문이었어요. 지금은 많이 고쳤지만.”
―이 9단과는 평소 친하다면서요?
“이 9단이 테니스에 빠지기 전까지는 같이 어울리는 경우가 많았고, 해외 대국에 나가면 가볍게 맥주 한잔 하면서 흉금을 터놓고 얘기해요.”
―이 9단에 비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은?
“침착함 외에는 글쎄요….”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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