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살 대만 소년은 아직 어눌한 한국말로 떠듬거리며 가장 존경하는 기사의 이름을 댄다.
11월27일부터 12월3일까지 열린 제88회 입단대회에서 8승3패의 성적으로 프로의 관문을 뚫은 대만 출신의 천스위안(陳時淵·사진)군은 외국인 남자로는 처음으로 국내 정식입단 대회를 통과했다. 외국인으론 대만의 장정핑(張正平) 초단이 98년 여류입단대회에서 입단한 이래 두번째.
타이페이가 고향인 천군은 97년 대만을 방문했던 권갑용 6단의 눈에 띄어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다.
권 6단은 “한눈에도 대성할 수 있는 기재(棋才)가 엿보여 천군의 부모님에게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라고 설득해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천군은 97년 9월 한국에 온 뒤 권갑용 도장에서 하루 12시간씩 바둑에만 몰두했다. 천군은 한국기원 연구생에 들어간지 3∼4년 정도 걸린다는 연구생 1조를 2년만에 오르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견실한 실리 위주의 기풍을 키웠다. 처음엔 낯선 언어와 문화로 고생했지만 이젠 갈비와 김치를 제법 잘 먹고 말귀는 대부분 알아듣는다.
“물론 한국에서 기사생활을 할 생각입니다. 1년 이내에 본선에 오르고 그 다음은…,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
권 6단은 “세계 바둑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으로 유학을 오려는 외국의 기재들이 꽤 있다”며 “조훈현 조치훈 9단이 일본으로 유학가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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