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달러 하락…국제 유동성 개선 청신호

  • 입력 2000년 12월 8일 12시 03분


미국경제를 상징하는 달러화 가치가 최근 유로 및 엔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역시 급등 뒤에 급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사정이 불안정한 동남아시장에서도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대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들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각종 지표가 경착륙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촉발된 모습이다.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각)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경기둔화에 따른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기한 후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10년에 걸친 미국경제의 장기 호황과 고금리 정책으로 미국의 국채로만 몰리던 국제자금이 상대적으로 경제상황이 미국에 비해 덜 나쁜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 2주간 유로당 88센트의 강세를 보였으며 7일에는 89센트의 벽을 넘어서며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미달러의 가치하락이 단기적이기보다는 장기적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

미국은 아직 고성장 저물가 저실업의 기조가 유지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경기동향 지표에 따르면 미국인의 개인 소득이 2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한 나스닥등 증시의 침체와 기업들의 신용경색, 국채와 회사채의 스프레드 확대 및 매월 사상최대치를 경신하는 무역적자폭은 미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린스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은 연착륙(soft landing)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가 10년간의 경제호황에 따른 경기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긴축기조에서 경기부양으로 선회한다는 의미다.

AP통신의 경제평론가 마틴 크루트싱어는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라 인플레와 침체없는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금리인하

지금까지 그린스펀의 고금리 정책은 달러화의 가치를 지나치게 상승시켜 국제금융시장을 왜곡시키고, 통화상대국가의 자산가치를 하락시키는 등 세계경제둔화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달러화가 유로화 엔화는 물론 지구촌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만약 그린스펀이 시사한대로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한다면 미국의 달러가치가 하락할 것이 유력시된다.

더군다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 압력 해소를 위해 금리를 추가인상 한다면 국제자금은 유럽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달러와 유로간 가치차이로 인해 빚어진 대표금리 간 스프레드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 EU의 경제상황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면 미국에 있는 많은 자금은 분명 유럽쪽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경제 사정은 오히려 미국보다도 더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EU는 수출과 내수 모두 호조를 보이며 경제상황이 올 말에 절정을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EU가 발표한 '2001∼2002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올 3.4%를 기록할 것으로 조사되며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리라고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높은 고용 창출과 가처분 소득 상승으로 인해 향후 2년간 평균 2.7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많은 회원국에서 시행계획인 각종 세금 인하조치가 가처분 소득을 늘려 민간소비의 활황을 촉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 경제회복의 암초였던 고실업률이 최근 완만하지만 하향세에 접어든 것도 유로화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유동성 확보

이처럼 미국이 금리인하로 연착륙에 성공하고 자금이 유럽에 유입된다면 왜곡된 달러가치가 정상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계금융시장의 왜곡도 다소 완화시켜 통화의 유동성 또한 많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치 하락이 예상되는 달러를 팔고, 유로화 엔화 등을 사려는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날 것이 때문이다.

결국 유로화의 가치회복은 유로존의 경기부양은 물론 증시의 회복 등을 유도해 동남아 등 다른 지역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도 있다.

달러화의 상대적인 가치하락은 이처럼 각국통화에 안정을 가져오며 유동성 부족에 의한 통화위험도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리만 브러더스의 외환 분석가 러셀 존스는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가 단기적으로 유로화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제하며 "미국의 경기둔화는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단은 유럽경제에 긍정적인 면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김훈<동아닷컴 기자> hoonk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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