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뉴욕증시에서는 반도체 컴퓨터 등 첨단 기술주들의 주가가 폭락세를 기록하며 그린스펀 효과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 같은 폭락 도미노 현상은 전 세계적인 PC판매의 둔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PC수요 왜 둔화됐나
인텔의 펜티엄4 CPU출시가 늦어지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가 그다지 소비자의 흥미를 끌지 못해 PC제조업체들은 신규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 게다가 모바일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각종 이동기기를 이용한 인터넷 접속이 보편화돼 PC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없게 된 것이다.
PC수요둔화는 관련 장비업체는 물론 반도체 시장, 반도체 장비시장등에 파급효과를 일으키며 기술주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암울한 경고의 연속
7일 뉴욕증시에서는 장 개장 전부터 암울한 소식이 나돌았다.
먼저 모토롤라의 4·4분기 판매 전망치가 반도체사업의 부진으로 기대이하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했고 불안한 장의 출발을 지켜봐야 했다.
반도체사업의 매출부진과 비용절감의 지연으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로버트 그로우니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장중 한때 연중 최저가인 15.81달러까지 곤두박질 쳤다.
45분후에는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릭 셔룬드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향후 3분기 매출액이 PC경기침체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으면서 우려를 이어갔다. 셔룬드의 전망이 알려지면서 MS의 주가는 3.56달러나 하락한 53.13달러를 기록했다.
몇 시간후 또다시 내셔널 세미컨덕터가 PC판매둔화와 휴대폰주문 감소로 3·4분기 매출액이 저조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기술주 폭락세를 뒷받침했다. 장 마감후에는 인텔의 4·4분기 실적이 기대수준 이하로 알려지면서 시간외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나쁜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프라이스라인사가 인원을 감축한다는 소식과 함께 애스크지브스사가 4·4분기 수입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최고경영자까지 교체하기로 했다는 비보가 날아왔다.
말그대로 첨단 기술주의 폭락 도미노현상이 벌어졌다.
◆첨단 기술주 반등의 조건
끝이 안 보이는 하락세 속에 월스트리트 곳곳에서 기술주 주가가 이제는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분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첨단기술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밀루노비치는 지난 9월이후 첨단기술주의 가치가 30%이상 하락했으며 반도체 통신장비 하드웨어주가가 상대적으로 무선기기나 스토리지 소프트웨어주에 비해 저평가 돼 있다고 주장한다.
A.G.에드워드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앨 골드만도 "현재의 침체증시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기술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월가의 큰손인 필 빌머도 기술주가 상당히 저평가 된 것으로 보고 지금이 투자할 때라고 주장했으며 월가의 여장부인 애비 조셉 코언도 재차 지금이 주식투자 적기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적인 분석과 함께 근본적인 IT기술의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기술주 하락의 주범인 PC경기둔화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패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예컨대 인텔의 CPU와 MS의 윈도우가 윈텔 동맹을 맺어 PC수요를 창출하고 신경제의 신화를 이룩한 것처럼 인터넷의 전송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모바일의 프로토콜 표준이 빠른 시간안에 확정돼야 새로운 시장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밀루노비치도 "더이상 PC가 시장을 선도하지 않는다"며 모바일 기기가 그 역할을 대체할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기술주의 반등은 현재 기술주 주가의 바닥시점이 어디인가에 대한 시장의 공감대와 더불어 IT산업자체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만한 기술적 기반을 확립할 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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