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성노예'전범에 대한 심판

  • 입력 2000년 12월 8일 18시 42분


일제의 전쟁범죄를 추궁하고 일본정부의 책임 있는 사죄 보상을 촉구하는 ‘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이 8일부터 12일까지 도쿄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아 8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손잡고 개최하는 ‘시위성’ 재판이므로 국제법상의 기속력(羈束力)은 없다.

그러나 남북한과 중국 동남아에서 수백명의 피해자와 국제적인 인권법률가 법학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 일본에 대한 도덕성 압력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이번 재판의 기소 대상인 히로히토 천황 등 ‘피고’들을 변론할 사람을 내달라는 주최측 요구에 답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재판은 기소장 낭독, 피해자 증언, 증거조사를 토대로 일방적으로 진행된다.

이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일본이 패전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1세기의 여명인 오늘날까지도 과거사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는 까닭을 확인하게 된다. 일본은 늘 과거사나 전쟁범죄에 관해 명쾌하게 인정할 것, 사과할 것을 털어버리지 못한 채 뭉개고 지나가려는 자세로 일관함으로써 피해국과 세계의 비난을 사 왔다.

예를 들면 군위안부와 관련해서도 일본정부는 가당찮은 반론으로 맞선다. 그들은 ‘노예범죄에는 위안소 같은 것이 들어있지 않다’ ‘전시 강간행위가 국제관습규범상 금지된 것도 아니었다’ ‘전쟁법은 식민지에까지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맞서왔다. 피해자나 제3자 입장에서 들으면 기가 막히는 궤변이다.

이번 기소장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일본은 전쟁에 관한 국제관습법과 인도(人道)법의 근본 원칙을 어긴 것이요, 노예금지에 관한 국제조약 및 부녀약취 금지에 관한 국제관습법을 위반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일본은 사리에 어긋나는 주장을 펴고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식이다.

일본 정부는 감추고 변명한다고 해서 인멸되거나, 변질될 수 없는 것이 바로 ‘역사’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애매한 얼버무리기가 결국 이런 세기적인 ‘양심재판’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우익세력이 연계된 중학 역사교과서 왜곡 움직임도 또 다른 양심재판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이웃 나라와 심각한 불화(不和)를 조장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과거사 왜곡 움직임에 대해 보다 단호한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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