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에어버스 너트균열 비상

  • 입력 2000년 12월 8일 18시 42분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A 330 항공기의 엔진을 장착하는 데 사용하는 너트가 교체한 지 4개월여 만에 결함이 발생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영구적으로 사용되는 연결 부품이 단기간에 파손됐다는 것은 기체 설계나 부품 재질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A330에 사용되는 부품과 정비상 문제점이 없는지를 살펴본다.

▼8월 교체후 또 균열▼

▽어디가 문제인가〓균열이 생긴 부위는 날개와 엔진을 연결하는 너트로 HL7525에서 3개, HL7551에서 1개, HL7554에서 4개가 발견됐다.

대한항공은 “올 6월 동일 기종의 같은 부위에서 결함을 발견한 에어버스사가 성능 개선을 요청해 8월까지 날개 뒷부분 너트를 모두 바꿨지만 이번에 다시 균열이 생긴 것”이라며 “구조나 재질상 결함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엔진 제작사인 P&W에 원인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너트재질 결함 가능성▼

▽원인이 무엇일까〓엔진과 항공기 제작사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너트 구조나 재질적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

너트 수명이 반영구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교체 4개월 만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은 이 부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비 결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너트를 너무 세게 조였거나 윤활재료를 적게 써 엔진 진동시 힘을 받아 균열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트를 조이는 힘(6700파운드)과 윤활재료의 양이 정밀 계측기에 의해 자동 조절되고 있어 이런 분석은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우종(李宇鍾)서울지방항공청 안전운항국장은 “루프트한자 등 외국 항공사의 A330에서도 같은 결함이 발견됐다”며 “에어버스와 P&W사에서 정밀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엔진과 날개 연결 부위에 대한 점검이 엔진 교체시에만 이뤄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 항공기의 경우 출발 전이나 도착 후에 정비를 하지만 계기 체크 등 운항에 직접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주로 점검한다. 수십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항공기 특성상 모든 부품에 대한 정비를 운항 전후에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이에 따라 나머지 부품들은 제작사가 지정한 사용 기간이 지난 것에 대해서만 정밀 점검을 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에 발생한 너트 균열처럼 정해진 사용 기간(비행시간 1000시간) 내에 결함이 생기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한 줄도 모르고 비행기를 띄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점검회수 크게 늘리기로▼

▽대책〓건교부는 정확한 균열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 엔진과 날개 연결 부위의 점검 주기를 현행 1000시간에서 100시간으로 줄일 방침이다. 또 에어버스에서 구조적인 결함 보완을 위해 일시적인 운항 중단을 요청할 경우 대한항공에 대체 기종 투입을 권고할 계획이다.

외국의 경우 80년대 중반 더글러스사가 만든 DC10기에서 볼트 결함이 발생해 일부 국가에서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단시킨 적이 있다. 만일 A330의 운항이 중단된다면 대한항공은 대당 가격 1억달러(약 1200억원)에다 탑승인원 266명에 달하는 항공기 14대를 놀려야 할 처지가 된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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