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이가 주인집 눈치가 보여, 주워온 강아지를 주인집 아들에게 주고 말았을 때 “저 강아지는 네가 돌보지 않을 뿐이지 누가 뭐래도 네 거야. 저 애 들은 강아지에게 밥을 주겠지만 너는 생명을 구해주었잖아. 이 녀석은 애비를 닮아 중요한 일만 한단 말야”라고 말하는 아버지. 사고로 다친 눈을 가지고도 “네가 있으니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아”라고 안아주며 말하는 엄마. 이런 든든한 마음의 기둥을 가지고 1권에서 3권으로 갈수록 여민이의 마음의 숲이 넓어진다.
집을 떠난 아들을 20여년이나 기다리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이틀만에 숨을 거둔 토굴 할매.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고시공부생과 그를 희망으로 여기는 어머니.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밥과 돈’이 아니라 ‘가족과 희망’이다.
원작 ‘아홉살 인생’을 머리에 두지 않더라도 이 책은 만화책 만으로도 재미있다. 캐릭터가 선명하고, 작가의 욕심 때문에 이야기 전달 속도가 느슨해 지는 일도 없다. 이 책은 많이 슬프고 많이 기쁘다. 책을 덮고 나서도 가슴 한켠에 ‘슬픈데 기쁨’표가 지워지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은 정말 그렇다. 어느 만큼 알아도 재미있다. 아홉 살에 읽어도, 스물 아홉에 읽어도, 마흔 아홉에 읽어도, 예순 아홉에 읽어도 그 나름에게만 보이는 재미가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만화작가 이희재가 가진 힘이다.
▽위기철 지음/이희재 만화/각 200쪽 내외 6000원/G&S▽
김혜원(주부·36·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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