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관념을 즐겨 인체에 비유하는 습성이 있다. 그것은 말에도 반영되어 骨肉이니 心腹, 骨髓(골수)라는 말이 지금도 자주 쓰이고 있다. 옛날에는 임금과 신하의 관계도 몸뚱아리에 비유하여 임금이 元首(머리)라면 신하는 股肱(고굉·다리와 팔)과 耳目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그 중 股肱이 임금이 가장 중시하는 大臣이라면 耳目은 諫官(간관)이 여기에 해당된다. 즉 임금의 눈과 귀가 되어 때로 天聰이 흐려졌다거나 제대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주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특히 諫官을 옛날에는 耳目官이라고도 불렀다.
우리의 몸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明晳(명석)한 두뇌와 機敏(기민)하게 움직이는 팔다리, 그리고 사물을 辨別(변별)할 줄 아는 눈과 귀가 모두 제대로 기능을 다 해야 한다. 하물며 우리의 몸은 한두 번쯤은 病魔(병마)에 시달림으로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이럴 때 藥을 먹고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政治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해도 瑕疵(하자)가 없을 수 없기 때문에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있어서 쓴 소리, 바른 소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에 좋은 줄 뻔히 알면서도 막상 藥을 먹거나 針(침)을 맞기는 쉽지 않다. 특히 절대권력을 누렸던 옛날 군주들은 때로 天聰을 과신한 나머지 신하의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본시 임금이란 외로운 존재. 한 몸뚱아리로 億兆(억조)의 위에 처했던 만큼 눈과 귀가 두루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臺諫(대간)을 설치하여 제왕의 聰慧가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충하도록 하였다.
이럴 때 諫臣의 역할이 있다. 임금을 위해 投藥하고 심지어는 針까지 놓아야 했다. 임금의 聽明을 넓게 열어 國脈을 調養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龍(용)의 비늘을 거슬러가면서 턱수염을 뽑을 자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수많은 諫臣이 죽어야 했다.
諫臣이 바치는 쓴 소리를 ‘藥石’이라고 했다. 곧 ‘藥과 돌 針’이라는 뜻으로 모두가 질병을 물리치는데 없어서는 안될 藥이나 치료법이다. 나중에는 사람을 훈계하고 나쁜 점을 고치게 하는 말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藥石之言이 그것이다. 죽은 이도 고친다는 神醫 扁鵲(편작)도 고칠 수가 없다는 병이 하나 있다. 病을 숨기고 醫員을 믿지 않는 병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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