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도쿄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은 사상 처음으로 군 위안부를 운영한 일왕과 일본 정부의 죄를 만천하에 알렸다.
국제법정의 재판장을 맡았던 전 유고전범법정 소장 가브리엘 맥도널드는 "일본 정부는 납치 유괴 사기 등을 통해 수많은 여성을 강제 동원해 강간하는 등 반인도적 행위를 했다"고 판결하고 "특히 일왕 히로히토는 위안소 시설을 알 만한 위치에 있었으며 당연히 알아야 했다"고 유죄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판결이 내려지자 지난 50여년간 숨죽이고 살아왔던 각국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고, 방청객과 보도진 2000여명이 기립박수로 판결을 환영했다고 한다.
비록 NGO 등의 단체에 의한 모의재판이지만, 이번 판결은 지금도 분쟁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여성 성폭력 혐의에 관한 전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소급입법 불가 등의 이유를 들어 책임을 회피해 왔던 일본정부에 대응하는 법적 논리를 마련했다는 성과도 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재판장 바로 앞에서 일본 우익단체회원들은 '재판을 중지하라'며 확성기를 들이대기도 했다. 참으로 고치기 힘든 버르장머리다.
이 때문인지 맥도널드 재판장은 "역사교육을 통해 이런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까지 달았다.
사죄와 배상이 다가 아니다. 잔존하고 있는 일본의 군국지향성은 누가 뜯어고치나.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