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재정경제부에서 열린 경제동향 설명회는 ‘지금은 어렵지만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이날 설명회에서 진념(陳稔) 재경부장관은 “사람들의 심리가 얼어붙어 우리 경제가 필요 이상으로 곤두박질치는 걸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이라는 일정에 쫓기고 있는 정부는 이런 정책을 ‘경기부양’이란 표현 대신 ‘제한적 경기조절정책’이라고 불렀다.
▽어음부도율 치솟는다〓11·3 부실기업 퇴출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어음부도율이 2년2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11월(1∼20일 기준)중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0.34%(대우계열사 및 금융기관 부도액 제외)로 10월의 0.19%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11월 부도율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편입 후유증이 지속되던 98년 9월의 0.42%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종구(李鍾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정부가 기업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최근 잇따라 내놓았고 특히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기업자금사정도 점차 좋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가 더 어렵다〓정부는 구조조정 정책이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내년 상반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엔 구조조정 파장이 경제지표에 본격 반영되는 시점이라는 것.
외형상 거시경제지표는 좋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실업자들이 늘면서 체감경기는 더 움츠러들 것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국면 예상〓정부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야 한국경제가 살아난다고 보고 있다.
재경부 한성택(韓成澤) 경제정책국장은 “지금 어렵지만 희망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6개월이 우리경제 사활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돈이 돌도록 하고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괜찮아진다는 설명이다. 재경부는 내년 하반기 상황이 좋아질 근거 몇가지를 내세웠다.
우선 국제 기름값이 한풀 꺾이고 있다는 점. 내년 1월 20일 미국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도 청신호다. 반도체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면 무역수지에 도움을 준다.
▽심리 북돋우는 경기진작책 나온다〓정부는 곧 경기를 부추길 몇가지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진념 장관은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선에서 경기진작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곧 발표될 경기대책에는 기업활동을 하려는 분위기를 만드는 방안들이 두루 포함될 전망. 설비투자를 하고 기술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심리를 북돋우는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경기조절책으로 지방 중소상인들을 지원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과 건설부문에 대한 대책도 마련중이다.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신시가지를 개발하고 달동네 주거환경 개선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권순활·최영해기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