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1시간반 걸리는 이곳은 마치 설악산 깊은 곳을 방불케 하는 깊고도 오밀조밀한 산세를 갖췄다. 상수원보호구역이어서 개발이 제한돼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지. 토끼와 청설모 등 야생동물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녹색관광은 농촌 및 산촌의 자연 생활 문화자원을 도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마을의 소득증대를 꾀하는 전략. ‘관람형’이 아닌 ‘체험형’을 지향하며 주민들이 ‘체험 가이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관광지와 구별된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 개발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 내로라 하는 환경론자들이 모두 이 ‘명달리 실험’의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서 가깝고 보전 완벽▼
▽왜 명달리인가〓5월부터 연구용역을 수행중인 서울대 김성일(金星一·산림자원학과)교수는 최근 중간보고서에서 “수도권에서 가깝고 자연경관이 거의 완벽하게 보전돼 있어 녹색관광의 최적지”라고 밝혔다.
중미산 소유곡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길에는 울창한 잣나무숲이 있고 투명한 시냇물이 흐른다. 당초 주민들은 이곳에 정부에서 추진하는 태권도공원을 유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교수 등은 “흔한 공원 하나를 유치하는 것보다 환경이라는 자산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입을 모으고 군 관계자와 주민들을 설득했다.
주택공사 유상오(兪常.)박사는 등산 및 하이킹, 식물과 곤충 탐구, 잣수확과 더덕채취 등 농사 체험, 주말농장식 텃밭경작 등을 가능한 사업 아이템으로 꼽았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산촌의 정서 그대로를 느끼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민박을 통한 녹색관광의 전망이 밝다는 것.
또 계곡 입구에는 올 2월 폐교된 건물(명달분교)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어린이를 위한 환경교실로 활용할 수 있다. 주민들이 번갈아 강사로 나서 산촌생활과 환경보전을 설명하고 함께 계곡을 오르며 자연탐방을 한다면 이상적인 ‘환경보호 체험관광’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최근 이곳을 찾은 일본 녹색관광 전문가 시라이 히코에(白井彦衛)박사도 “입장료를 받는 공원말고 인간과 자연이 교류하는 장소로 가꾸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농사체험-휴식공간 활용▼
▽과연 성공할까〓개발이 아닌 ‘환경운동’인 만큼 성공 여부는 주민의 자발성과 참여에 달려있다. 하지만 아직 반신반의하는 주민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 또 토지소유자들도 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유명현(柳明鉉)이장은 “개발을 안하면서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그러나 찬성 세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우선 산촌에서 농작물로 수입을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임야를 이용한 돈벌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군에서도 적극 추진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양평군 산림개발과 권호일씨는 “현재 진행중인 무공해 환경농산물 산업의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되고 겨울이면 할 일이 없던 주민들도 일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150명 전문가 연구 진행▼
15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생태산촌만들기 모임(회장 양병이 서울대교수)은 명달리를 공식 시범단지로 지정하고 향후 5년간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강원 양구군 등 유사지역에도 이런 형태의 지역발전 전략을 확산시킬 계획.
김성일교수는 “국립공원이 아닌 이상 주민이 잘살 수 있어야 환경보전의 명분이 선다”라며 “이번 시도는 그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양평〓김준석기자>kjs35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