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와!”
반 아이들이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자, 잘봐.”
울프는 한껏 뻐기며 천천히 펜을 움직였다. 낙제 점수를 받은 수학 시험지 한귀퉁이에 아빠의 사인이 거의 완벽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피땀어린 연습의 결과지. 천 번이나 연습했는걸.”
울프는 수학 시험지를 잘 볼 수 있도록 아이들 쪽으로 슬쩍 밀었다. 아이들은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울프를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 번이라, 과연 훌륭하군.”
고개를 돌린 울프와 눈이 마주친 것은 수학 선생님이었다. 문제의 그 수학선생님….
사실 울프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울프의 부모님은 울프가 공부를 아주 잘한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낙제투성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니 거짓말을 할 수 밖에.
“괜찮아. 우리 아빤 예술을 이해하는 분이니까. 내가 사인을 그렇게 멋들어지게 흉내낸 걸 알면 아마 나를 칭찬하실걸.”
친구에게는 그렇게 큰소리쳤지만 울프는 그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울프는 길을 떠나 여러 곳을 헤메다가 결국 경찰에 의해 집으로 되돌아왔다.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며 용서를 받은 울프는 그러나, 친구들에게 그런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너희들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걸. 거기서 멋진 여자 애를 만났거든. 다리가 날씬한 진짜 모델 같은 애 말야.”
이런 울프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은 ‘작문’ 시간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아이이기도 한 울프는 치밀하고 끈질긴 노력 끝에 스스로가 감동의 눈물을 흘릴 만큼 완벽한 거짓말을 ‘작품 창작’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유쾌한 반전, 허를 찌르는 발상. 그러면서도 그 또래 아이들의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다. 재미있게 읽다보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흑백논리에 따라 훈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3학년 이상의 아이들도 읽을 수 있겠다.
▽거짓말장이 천재/올프 스타르크 지음/햇살과나무꾼 옮김/72쪽 6000원/크레용하우스▽
(햇살아동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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