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치는 시장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창업투자사들이 최근 자금난 타개책을 잇따라 마련, 주목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벤처기업 뿐 아니라 창투사까지 쓰러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긴급 수혈 자금을 본격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것.
올 하반기 들어 코스닥 시장의 침체 등으로 돈줄이 막혀버린 창투사들은 최근 테마별로 투자금을 모으거나 외국 투자자를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금으로 정부와 매칭 펀드(Matching Fund)를 조성하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테마별 집중〓최근 창업투자사의 자금은 목표가 뚜렷해졌다. 한솔창업투자는 국내 최초로 150억원 규모의 ‘게임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향후 5년 인터넷 게임 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 예상 목표수익률은 연간 26%로 이른바 ‘벤처 붐’ 이전의 수준으로 잡았다. 이순학 사장은 “미래 시장을 주도할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르되 투자의 안전성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최근 부품 및 소재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에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552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네오세미테크 등 23개 업체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기술 파급 효과가 큰 부품 소재산업을 발굴하고 업체와 협회 소속 회원사가 투자 회사의 성장을 돕는 체제를 만든다는 것이 펀드조성의 목표.
소속 회원사는 투자회사의 재정 계획 뿐만 아니라 연구전담 인력 파견과 기술 지원도 맡아 세계적인 부품 소재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
내년에는 100여개 부품 소재 기업이 민간으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정부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기술개발자금을 지원받게된다는 게 협회의 예상.
이밖에 국내 최대 창투사인 KTB네트워크는 조만간 기업내 사업 구조조정과 기업간 원활한 인수합병을 돕는 ‘구조조정 펀드’를 신설할 계획이다.
▽외국 자금유치 활발〓코스닥시장의 주가 폭락은 창업투자사의 자금을 묶어놓은 원인중의 하나.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좋은 조건으로 주식을 취득할 기회이기 때문에 점차 발길이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 창투사가 여유 자금을 외국인 투자가나 정부의 자금과 합쳐 대형 매칭펀드를 만드는 것도 이같은 맥락.
외국 투자가의 자금을 토대로 이미 600억원의 인터넷 매칭 펀드를 조성한 인터베스트는 최근 이스라엘 미국 등으로부터 자금을 더 끌어들여 대형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한솔은 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의 퀄컴과 공동으로 676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설립했다.
부산벤처는 미국의 비즈뱅과 함께 나스닥 시장까지 상장할 수 있는 20여개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240억원의 매칭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인터베스트의 우충희 심사부장은 “외국 자금의 유입은 목적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벤처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지만 자금난을 해갈하는데는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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