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무언이란 말인가 억울하다는 말인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권노갑씨가 던진 말이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어느 쪽이든, 권노갑씨의 이번 사퇴는 '자충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일 정동영 최고위원의 폭탄선언 속에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당내 비주류 의원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권 전최고위원을 싸고 돈 인사개입과 권력행사 '풍설'은 전 정권의 김현철씨에 비교되며 비판을 받았다. 어쩌면 그의 '할 말'이란 게 권력투쟁의 희생양이 된 자신의 처지를 뜻하는 말일 수도 있다.
권 전위원의 퇴진으로 민주당 내에는 동교동 비주류계와 소장파의 입김이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알게 모르게 권 전최고위원의 후원을 받았던 이인제 최고위원의 입지도 상당히 좁아질 전망이다.
'순명(順命)'. 언제나 그랬듯이 권 전최고위원은 '명을 따를 뿐'이란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막후로 물러 선 그는 이제 현명하게 앞뒤를 살펴주는 '대형'으로 남을 것인가.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