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재정경제부장관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신증권 대회의실에서 국내외 증권사의 조사 투자전략팀 등 실무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증시 활성화를 위해 임기응변식 방안보다 시스템과 체력을 보강하는 데 힘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장관은 또 내년 1·4분기(1∼3월)에 15조원 규모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채와 관련해 “신용보증기금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자금시장안정)대책을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일드와 후순위채(CBO)펀드 만기문제 역시 관계기관과 대책을 검토 중”이라며 “투신권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주초에 서울보증보험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 돈이 투신권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의 요구사항〓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업계 실무자들은 벤처기업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날카로운 질문과 주문사항을 잇따라 내놓아 “우리 경제팀도 더 이상 퇴로가 없다”며 비장한 각오로 맞선 진장관을 곤혹스럽게 했다.
A증권 지점장은 “진장관은 최근 증권사 객장 분위기를 알고 나 있나. 빈사단계도 지났다. 요즘 이혼률 상승은 증시 탓도 크다”고 몰아붙였다. B증권 영업부의 20대 여성대리는 “종합주가지수가 반토막 난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벤처기업을 살리려면 제3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하이일드와 CBO펀드 만기도래분을 자산관리공사가 전액 매입할 필요가 있다’ ‘소비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내려 수요를 늘려야 한다’ 등의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물밑에서만 거론되던 무기명수익증권의 발행허용과 같은 민감한 요구도 제기됐다. ‘세제혜택이 있는 5년 이상 무기명수익증권을 허용하고 들어온 자금의 30%는 주식투자재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부실은행 완전감자로 소액주주의 피해가 크므로 소수주주의 의사가 경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은행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금융과 기업부문의 2단계 구조조정을 조속하게 매듭지으라는 ‘단골성 메뉴’도 빠지지 않았다.
▽진장관의 답변〓진장관은 “질문만 하지 말고 해법도 내봐라. 그런 요구는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먼저 하라”며 예봉을 피해갔다. 진장관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며 “투자와 소비심리가 너무 위축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정리했다.
대다수 참석자들은 “재경부장관이 업계 실무진을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한 것은 긍정적이었다”면서도 “증시 침체의 원인을 투자심리 위축에 두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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