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스오피스]달려라 닭! 흥행 정상을 향해

  • 입력 2000년 12월 18일 21시 07분


귀여운 영국산 닭들이 할리우드를 넘어 국내 극장가에서도 위력적인 힘을 발휘했다.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가 제작한 <치킨 런>은 할리우드 고전영화인 <대탈주>와 <제17포로수용소>를 인용하고, 그 안에 가족영화다운 따뜻함을 불어넣은 재기발랄한 클레이메이션.

진흙 인형들의 움직임이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당초 짐 캐리가 주연한 <그린치>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치킨 런>의 완승으로 끝났다.

<치킨 런>이 지난 주말 서울에서만 약 6만9천 명의 높은 관객동원을 기록한 데 반해 <그린치>는 약 2만4천 명의 약소한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에서 4주 연속 1위를 거머쥔 영화답지 않게 <그린치>는 국내 관객들에게 적잖은 냉대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12월 <치킨 런>이 거둔 개봉 첫주 흥행 성적은 그리 만족할 만한 수치가 아니다. 이에 대해 CJ 엔터테인먼트 측은 "액션이나 스릴러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대거 개봉됐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 연말엔 눈에 띄는 대작이 드문 편이다. 전반적으로 극장가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치킨 런>이 거둔 6만9천 명의 흥행 성적은 그나마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반박했다.

개봉 2주 째를 맞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언브레이커블>도 흥행에 선전했다. 이 영화는 이번 주 6만5천 명의 관객을 모아 <치킨 런>의 뒤를 바짝 추격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언브레이커블>이 현재까지 거둔 서울 흥행 스코어는 총 28만 명. 현재 36개 스크린을 확보중인 이 영화는 이번 주 또 한 차례 극장가 공략을 위해 흥행 고삐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개봉된 지 한참이 지난 <미녀 삼총사>도 관객몰이에 여념이 없다. 게임화면을 방불케 하는 세 미녀의 화려한 첩보전으로 관심을 끈 <미녀 삼총사>는 지난 주 3만 명의 관객을 추가해 현재까지 약 42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한국영화 중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중인 영화는 양윤호 감독의 파이어 재난 액션 영화 <리베라 메>. 지난 주 1만7천 명의 관객을 추가로 동원한 이 영화는 현재까지 서울에서만 약 53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중이다. 개봉초 <리베라 메>와 흥행 각축을 벌였던 <단적비연수>는 박스오피스 10위 권 밖으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당초 "연말 내 <쉬리>의 흥행 기록을 갱신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제작사 명필름 측은 "내년 초에나 기록 갱신이 가능할 것 같다"며 목표를 수정했다. '공동경비구역JSA'는 현재 서울 239만5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중이다.

<정사>의 이재용 감독이 연출을 맡은 감각적인 신세대 영화 <순애보>와 재미교포 이재한 감독이 연출한 액션영화 <컷 런스 딥>은 각각 5천5백 명, 3천 명의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순애보>는 한일합작이라는 이례적인 제작방식과 이정재라는 스타급 배우의 출연으로 웬만한 관객몰이는 하게 될 것이라 예상됐던 영화. 제작사인 쿠엔필름은 이 영화의 흥행 부진에 의아해하는 반응이 역력하다. 개봉 2주차인 <순애보>의 서울 흥행 누계는 약 4만 명이다.

그밖에 일본 코미디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지난 주 1만2천 명의 관객을 추가로 동원해 현재 약 8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중이며,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은 6천 명의 관객을 추가해 현재까지 약 2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 주는 전 세계를 '피카츄 열풍'에 몰아넣은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 인간복제라는 민감한 소재를 건드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6번째 날>, 올드 패션으로 무장한 박중훈 송윤아 주연의 <불후의 명작>, 중아아시아에서 날아온 매력적인 판타지 영화 <루나 파파> 등이 맞대결을 벌일 예정. 워낙 스타일이 다른 영화들이라 과연 어떤 영화가 다음 주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희연 <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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