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신문배달료 받아 매주 요양원 찾는 오흔석씨

  • 입력 2000년 12월 19일 18시 42분


“그래, 우리 오상사 왔구먼.”

매주 수요일 저녁, 대전 구봉마을 성애노인요양원의 무의탁노인들은 군복 차림의 오흔석(吳欣錫·40·계룡대 공군본부 근무) 상사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금세 얼굴이 환해진다.

오상사는 97년부터 4년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이곳을 찾아 70여명 무의탁노인들의 아들 역할을 해 왔다.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돼 주고 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팔다리도 주물러 준다. 주말이면 보험회사에 다니는 아내를 비롯해 두 아들과 함께 떡이나 과일 음료수 등을 장만해 가지고 올 때도 있다.

오상사는 이 비용을 신문배달로 댄다. 월급이래야 100만원이 채 안되기 때문이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1시간반 가까이 계룡대 군 관사지역 100여 가구를 돌며 신문을 돌리고 나면 이마엔 땀이 배고, 가슴엔 기쁨과 보람이 넘친다.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60) 수발 때문에 요즘에는 새벽 신문배달을 포기했지만 매주 요양원 방문은 잊지 않고 있다. 그는 병상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요양원의 외로운 노인들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계룡대의 선행왕’으로 불리는 오상사는 9월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가 개최한 제1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봉사상을 받았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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