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약통제에 어느 정도 성공한 국가로 꼽혔으나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과거 연예계 등 특정 계층에서 은밀하게 유통되던 마약이 회사원 학생 주부 등 일반인 사이에도 급속히 확산돼 갈수록 중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1980년 700여명에 불과하던 마약사범이 1990년 4200여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마약사범이 더 늘어나 연말까지 1만1500명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다. 검찰은 실제 투약자는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 230명 중 1명이 마약에 빠져 있는 셈이다. 얼마 전에는 유명 사찰의 주지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마약 투약자 비율이 이 정도에 이르면 얼마 안가 ‘통제 불능’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국가가 처벌과 치료로 마약을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시중에는 대마초 히로뽕 헤로인 코카인 등 전통 마약은 물론 갖가지 신종 또는 대용(代用)마약이 넘쳐나고 있다. 이루 다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처음 적발된 알약 모양의 ‘엑스터시’는 우리나라에서 ‘도리도리’란 새 이름을 얻기도 했다. 술에 타 마신 뒤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면 환각의 도가니에 빠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공급을 차단하는 방법만으로는 마약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궁극적으로 마약을 찾는 사람이 없게 만드는 ‘수요(需要)차단’ 정책에 비중을 둘 때가 됐다. 이를 위해선 체계적인 마약 예방책을 강구하고 치료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현재 검찰 경찰 보건복지부 관세청 국가정보원 등에 분산돼 있는 마약감시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미국은 1977년 국가마약통제정책국을 설립하고 1988년에는 백악관 직속기구로 기능을 강화한 것이 좋은 예이다.
정부는 이미 방침을 정한대로 ‘국가마약류대책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 검찰과 국정원의 주도권 다툼에 밀려 마약퇴치 전략이 더 이상 표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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