刷―솔질할 쇄 躁―빠를 조 鯨―고래 경
拔―뺄 발 塞―막을 색 迭―갈마들일 질
一國의 國民性이 형성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의 요소가 複合的으로 작용한다. 그 중 하나에 지리적인 영향이 있다. 큰 땅의 사람들은 大陸的인 기질이 있어 좀 느리고 섬나라 사람들은 변화에 재빠른 기질이 있다고 한다. 나쁘게 말하면 약삭빠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처럼 半島의 나라 사람들은 쉬이 激情(격정)에 흐르고 躁急(조급)하다고 한다.
우리는 급한 民族性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잘 참지 못하고 서두르는 경향이 있으며 무엇을 해도 ‘빨리’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금처럼 빠른 것을 추구하는 시대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통신이 발달했고 인터넷이 발달한 모양이다. 또한 이러한 국민성은 빠른 속도 외에 ‘시원한’ 감각까지 요구한다. 무엇을 하더라도 속이 ‘후련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옛날 우리 조상들은 술을 한 잔 마셔도 사발째 들고 일거에 목구멍으로 넘겨야 했다. 소위 鯨飮(경음) 스타일이다. 고래가 물을 들이켜듯이. 한 모금씩 홀짝거리는 것은 소인배나 할 짓이라고 여겼다.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마찬가지였다. ‘拔本塞源’(발본색원)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아예 뿌리째 뽑아버리고 깡그리 틀어막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속이 시원하다고 박수를 친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어떤가. 이것도 속이 시원해야 했다. ‘交替’(교체) 따위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更迭(경질)은 사람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이처럼 가급적이면 高單位 처방을 할 수 있는 單語가 動員되곤 했다.
이번에는 어떤 일이나 制度를 바꾸는 것을 보자. 이 역시 점진적인 改善이나 補完策으로는 民心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속이 시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말들이 사용되곤 한다.
첫째가 ‘革新’이다. 뻣뻣한 가죽을 부드러운 가죽으로 바꾸듯 아예 성질 자체를 바꿔버리는, 그야 말로 革命的인 조치다. 실제로 우리는 그것을 경험했다.
또 하나는 ‘換骨奪胎’(환골탈태)다. 이 역시 革命과 다름없는 조치다. 사람의 바탕을 이루는 뼈다귀와 胎를 바꿔치기 하는 만큼 本質이 남아 있을 리 없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刷新이 있다. 마치 연통을 소제하듯 먼지나 묵은 때를 솔로 긁어내거나 문질러서 털어내는 것을 뜻한다. 역시 시원한 느낌을 준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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