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 찌그러진 고물 자동차를 몰고 뉴저지주 서민 주택에서 살며 조그만 타이어 가게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삶. 자유가 없는 대신 사랑스러운 가족이 있다.
<패밀리 맨>은 <슬라이딩 도어즈>나 <데블스 에드버킷>처럼 '인생극장' 한 토막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 길을 갈까 저 길을 갈까, 갈등하는 한 남자에게 두 가지 삶을 다 살아볼 기회가 주어진다. 한 사람이 두 가지 삶을 모두 살아본다는 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므로, 이 특별한 기회를 일단 '근사한 선물'이라고 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야만 <패밀리 맨>은 "말이 된다".
<패밀리 맨>의 선물은 일종의 '크리스마스용'이다. 찰스 디킨즈의 명작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구두쇠 스쿠르지가 받았던 것과 흡사한 선물. 말하자면 이건 인생에 대한 무지를 일깨워 주는 따끔한 일침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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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주고 살 수 없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큰소리쳤던 성공 제일주의자, 냉혈한, 바람둥이 잭(니콜라스 케이지)은 편의점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캐쉬(돈 치들) 덕분에 일정 기간 '선택 2'의 삶을 살게 된다.
처음엔 물론 믿을 수 없었다. 2천 달러 짜리 양복을 입고 페라리를 몰며 최고급 아파트에서 살았던 자신이 꼬질꼬질한 집에서 골칫덩어리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니. 그러나 영화의 제목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영락없이 '패밀리 맨'이 될 운명이다.
오프닝 장면에서 잭은 뭔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최고의 회사에 취업해 영국 행 비행기를 타야할 순간, 여자친구 케이트(테아 레오니)는 "불투명한 미래보다 차라리 '우리'를 택하고 싶다"며 그를 붙잡는다. 잠깐동안의 망설임... 잭은 결국 고민 끝에 비행기를 탔고, 케이트와 헤어져 '선택 1'의 삶을 살게 된다. 성공한 잭은 오래도록 과거를 잊는다 "옛 애인은 오래된 영수증과 같은 것이야. 그런 추억은 3년 정도 보관하면 끝이야"라고 말하는 상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그는 현재의 삶에 불만이 없다.
선물로 받은 '선택 2'의 삶엔 케이트가 있고 두 사람이 낳은 아이가 둘이나 있다. 이쯤에서 <패밀리 맨>은 <마이키 이야기>를 인용한다. 아기 보기에 서툰 남자 잭이 어떻게 점점 아이들에게 동화되어 가는지. 처음엔 아기의 똥 기저귀를 더러워하던 그도 어느 순간 능숙한 아빠로 돌변한다.
<패밀리 맨>은 자기 삶에 한 치 의심도 없었던 한 남자가 자유나 성공보다 소중한 '가족의 가치'를 깨달아 가는 이야기를 담은, 짐짓 교훈적인 척 하는 영화다. 너무나 판에 박힌 명제를 끄집어내는 제작자의 저의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게 또 할리우드의 오랜 습성이라면 할 말은 없다. <광란의 사랑> 이후 다시 들을 수 없었던 니콜라스 케이지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 블록버스터 영화에 양념처럼 등장했던 테아 레오니의 매력을 새삼 발견하게 해준다는 것 등이 작은 위안으로 남을 뿐.
니콜라스 케이지가 부르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아리아 '여자의 마음'과 로맨틱한 팝송 'La La Means I Love You'는 정말 근사하다. 이제 관객도 '선택 1'과 '선택 2' 사이에서 갈등해야 할 시간.
선택 1. 연말연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매력적인 니콜라스 케이지의 노래도 들을 수 있는 <패밀리 맨>을 보러 가느냐, 아니면 선택 2. 가족과 함께 연말연시를 집에서 보내느냐. 선택은 인생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 결국 자신의 몫이다. 12월30일 개봉.
<패밀리 맨> 홈페이지- http://www.cinelove.com/~familyman
황희연 <동아닷컴 기자> 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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