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해도 가구당 7000만∼1억원선에 불과했던 이주비가 1년새 2, 3배 가까운 2억∼3억원대로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연중 계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에 시달렸던 건설업체들이 그나마 분양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서울지역에서 사업 물량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도 불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이처럼 급등한 이주비가 당장은 먹기 좋은 곶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일반공급 아파트의 분양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아파트 분양성을 떨어뜨리는 등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에 달콤한 사탕(고액 이주비)이 나중에 독(공사비 인상)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주비란〓개발 재건축 사업을 할 때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동안 집주인이 살 집을 얻을 수 있도록 건설업체가 빌려주는 돈. 입주 한 뒤에는 되갚아야 한다.
▽실태〓LG건설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성아파트(39∼65평형 330가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최고 3억원(65평형 거주민)의 이주비를 주기로 했다. 이 가운데 2억5000만원은 무이자, 나머지 5000만원은 유이자(변동금리 기준)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은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따내면서 무이자 이주비로 최고 2억2000만원(48평형 거주 기준)을 약속했다. 여기에 이자가 붙는 이주비를 추가로 지급키로 하고 금융기관과 협의 중이어서 이주비 총액은 3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도 지난달 말 수주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 2차 아파트 재건축 프로젝트에서 가구당 이주비로 무이자 1억5000만원, 유이자 5000만원 등 모두 2억원을 지급키로 했다.
▽문제점〓과다한 이주비가 결국 재건축 조합원의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시공사들이 일반적으로 고액 이주비를 지급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 발생한 금융비용은 조합원이나 일반분양 청약자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경우 건설 과정에서 사업비 증액 등을 이유로 추가부담을 요구하거나 일반공급아파트의 분양가에 금융비용 등을 얹어 높은 가격에 책정하는 식이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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