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합당론은 소수여당인 민주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각종 ‘처방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감초’였다. 합당론이 불거졌다가 사라지는 과정도 언제나 비슷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발설, 자민련은 반발, 한나라당은 경고’라는 수순을 그대로 밟았다.
서 전대표는 20일 자신의 합당 제의설과 관련, “자민련 김대행과의 회동때 양당의 합당을 제의했으나 김대행은 ‘교섭단체가 우선돼야 한다.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서 전대표는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교감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논의한 적이 없다”며 개인의견이었음을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양당이 합당할 경우’를 전제로 “자민련 일부 의원들과 접촉했더니 3, 4명이 우리 당 입당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자민련의 교섭단체구성이 지지부진할 경우 자민련 의원 중 일부가 우리 당에 입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민주당 당정쇄신의 종착지가 정계개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단행할 경우 불행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는 대여(對與)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자민련은 거세게 반발하면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양측 모두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대행은 당무회의에서 “서 전대표가 지나가는 얘기로 ‘합당하자’는 말을 꺼내 ‘못들은 걸로 하겠다. 합당의 합(合)자도 꺼내지 말라’고 못박았다”고 말했다. 김대행은 또 한나라당의 자민련의원 영입설을 ‘자민련 흔들기’로 규정하고 ‘뻔뻔스런 ×들’ ‘파렴치당’ 등 원색적 용어를 동원해 비난했다.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말이 안되는 얘기에는 대꾸도 말아야지”라며 쓴웃음만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합당설 공방에 대해 “아직 오동잎이 떨어질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영찬·박성원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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