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은행들이 감자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해도 투자자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정부와 부실은행의 말바꾸기가 빚어낸 ’신뢰상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은행 발표 못믿겠다〓투자자에게 최대충격은 한빛은행 자기자본이 2조2000억원에서 마이너스 1조5000억원으로 바뀌었다는 점.
조흥은행이 증권거래소에 공시한 9월말 현재 자기자본은 2조1095억원으로 한빛은행과 아주 비슷한 규모다. 나머지 지방은행도 1000억∼5000억원 플러스로 돼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이 6개 부실은행에 적용한 국제기준을 이들 은행에 적용해 여신을 다시 평가하면 순자산가치(자기자본)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한빛은행 등에서 큰 피해를 본 소액투자자들은 더 이상 은행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며 은행주를 서둘러 팔고 있다.
메리츠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한빛은행을 계기로 은행의 공시내용이 불성실하다는 인식이 퍼져 저가은행주들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폭락으로 연결〓감자공포증의 주타깃인 조흥은행 주가는 19일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감자발표가 난 월요일 이후 26%나 폭락했다. 지방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거의 투매현상에 가까운 정도다.
해당은행들은 순자산가치가 플러스이기 때문에 감자조치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투매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조흥은행은 9월말현재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0.2%며 동아건설 세풍 진도 등 워크아웃여신의 잠재손실률을 85%로 판정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도 연말 BIS비율이 9%내외가 된다고 설명했다.
구경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금감원 기준을 적용했을 때의 결과를 알 수 없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감자 당할지 모르니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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