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물건을 산 뒤 백화점 문을 나서는데 웬 40대 아줌마가 옷깃을 잡는다.
“쇼핑 잘 하셨어요? 영수증 안 쓰는 거 있으면 하나 주시면 안될까요.”
“왜요?”
백화점의 화려한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옷차림의 아줌마는 “영수증을 모아가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거든요”라며 머뭇거린다.
말로만 듣던 백화점 ‘영수증 아줌마’였다. 영수증을 모아 백화점측에 주면 10만원당 1만원짜리 상품권 하나씩 건질 수 있단다. 얼굴 조금 팔리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력적인 ‘아르바이트’임에 틀림없다.
백화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쇼핑백도 없이 허름한 행색에 수십만원어치 영수증을 모아오는 아줌마들이 가끔 있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더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한다.
4만원이 채 안 적힌 영수증을 건네주자 고맙다며 거듭 고개를 숙인 뒤 사라진 그 여인.
‘소비의 파라다이스’에서 체험한 세밑 풍경이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