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뉴욕 양키즈 vs 보스턴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0시 13분


뉴욕 양키즈와 보스턴 레드삭스.

미국 동부지구의 명문팀이며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경쟁심이 가장 강한 최대의 라이벌 팀이다.

이 두팀의 악연이 베이브 루스라는 한 선수로 인해 시작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1910년대 당시 보스턴은 베이브 루스라는 뛰어난 투수(1910년대에 루스는 당대 최고의 투수였다)를 앞세워 1912년, 1915년, 1916년, 1918년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명문팀으로 자리잡은 반면 뉴욕 양키즈는 리그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그저 그런 2류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1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이 그해 겨울 베이브 루스를 양키즈로 트레이드 해버리면서 두팀의 운명은 뒤바뀌고 말았다.

그 후 뉴욕 양키즈는 26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20세기 최고의 명문팀이 된 반면 보스턴은 그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리며 1918년 이후 단 1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비운의 팀이 되고 만 것이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같이 속해 항상 라이벌 관계에 있는 이 두팀은 설사 리그가 개편되어 서로 다른 리그에 속하더라도 그 라이벌 관계만큼은 계속 지속되면서 한해가 지날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며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다.

시간을 되돌려 1999년도로 돌아가보자.

1998년 114승을 거두며 20세기 최강의 전력이라고까지 평가받았던 뉴욕 양키즈는 99시즌에도 98승을 기록하며 지구 라이벌 보스턴을 4경기 차이로 따돌리고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한다.

보스턴은 94승을 거두며 선전하지만 양키즈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위에 그쳐 2년 연속 와일드카드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그리고 시작된 디비전 시리즈.

뉴욕 양키즈는 텍사스 레인저스에 3연승을 거두며 가볍게 1회전을 통과한 반면 보스턴은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선을 자랑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2연패를 당하며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3차전에서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내세워 연패를 탈출한 보스턴은 이후 4, 5차전에서도 승리, 기적같은 3연승을 거두며 뉴욕 양키즈가 기다리는 리그 챔피언쉽 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뉴욕과 보스턴의 리그 챔피언쉽 시리즈.

보스턴은 상승세를 타며 양키즈를 압박할 수 있는 기세를 보였으나 상대 홈구장에서 벌어진 1, 2차전에서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으로 분위기가 한풀 꺾이며 내리 패하는 불운을 겪고 만다.

그리고 홈구장에서 벌어진 3차전, 보스턴은 지존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앞세워 그들의 오랜 영웅이었던 로저 클레멘스를 난타하며 대승을 거두지만 그것은 보스턴이 리그 챔피언쉽 시리즈에서 거둔 유일한 승리였다.

보스턴은 이후 벌어진 4, 5차전에서 내리 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일주일 후 뉴욕 양키즈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루며 흥겨워하는 모습을 쓸쓸이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00시즌 종료후 각팀마다 전력보강에 나서는 스토리브리그가 시작됐고 여기서 보스턴과 뉴욕 양키즈는 다시 한번 부딪치게 된다.

그것은 지구 우승을 다투는 라이벌전도 아니고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싸우는 리그챔피언쉽 시리즈도 아닌 단 한명의 투수, 올시즌 프리에이전트 최대어인 마이크 무시나를 영입하기 위한 쟁탈전이다.

결국 무시나는 감독인 조 토리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러브콜을 보낸 뉴욕 양키즈행을 택했고 무시나의 입단으로 양키즈는 더욱더 막강해진 투수력을 자랑하며 4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첫단추를 순조롭게 끼울수 있게 되었다.

보스턴은 1억 6천만불이라는 거금을 투자하며 매니 라미레즈를 붙잡아 타선에 중량감을 높일수는 있었으나 선발진 강화를 목적으로 영입한 투수들이 프랭크 카스티요, 노모 히데오 등 준척급에 불과해 양키즈에 비해 한수 아래의 투수력으로 다음시즌을 시작해야하는 불리함을 안게 됐다.

아직 스토브리그가 끝난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양팀의 전력을 살펴보고 내년 시즌에 대한 예상을 해보자.

보스턴의 강점은 라미레즈를 축으로 노마 가르시아파라, 칼 에버렛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중심타선.

이들은 상대적으로 데이빗 저스티스, 버니 윌리암스, 티노 마르티네스(혹은 폴 오닐)로 이어지는 양키즈의 중심타선을 압도할만큼 막강함을 자랑한다.

더구나 보스턴은 단테 비셋이나 브라이언 더박, 트로이 오릴리 등 중심타선을 받치고 있는 선수들도 막강해 스캇 브로셔스나 호헤이 포사다가 뒤를 받치는 양키즈에 비해 확실히 한수 위의 타선을 자랑한다.

양키즈가 타선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척 노블락과 데릭 지터가 버티고 있는 테이블세터의 존재이지만 전체적인 타선의 평가는 보스턴의 우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투수력에 대해 이야기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양키즈는 로저 클레멘스, 마이크 무시나, 앤디 페팃, 올란도 에르난데스 등 어느팀에 가더라도 제 1선발 역할을 할 수 있는 4명의 투수가 선발로테이션을 이룬다.

이에 반해 보스턴은 현역 최고의 투수라는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버티고 있지만 롤랜드 아로호, 노모 히데오, 프랭크 카스티요, 오카 도모카즈로 이어지는 나머지 투수들은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선발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만약 내년 시즌에 이 두팀이 1999년에 이어 다시 리그챔피언쉽 시리즈에서 만난다고 가정을 해보자.

양팀은 1차전에 로저 클레멘스 -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필두로 마이크 무시나 - 롤랜드 아로호(2차전), 앤디 페팃 - 노모 히데오(3차전), 올란도 에르난데스 - 프랭크 카스티요(4차전)로 로테이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타선의 존재라는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매치업되는 투수로테이션이라면 당신은 어느 팀의 손을 들어주겠는가?

김용한/ 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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