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석]당당한 아버지 되고픈 심정수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4시 20분


해마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생활체육지도자 연수를 실시한다. 작년 11월 서울지역 생활체육지도자 연수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생활체육지도자 연수원에 한통의 웃지 못할 전화가 걸려왔다.

보디빌딩 종목에 시험을 보겠다는 한 연수자는 전화통화를 통해 “제가 야구좀 하는데요. 특별과정에 등록할 수 없나요?” 특별과정은 그 종목에 지도 경험이 있거나 입상경력이 있는 사람이 볼수 있는 말그대로 특별과정이다. 그러나 이 전화를 받은 관계자는 보디빌딩하고 야구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혜택을 바라나 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전화의 주인공은 두산베어스의 심정수. 생활체육 지도자 연수를 받고 시험을 통과하면 3급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주어진다. 그 자격증을 소유하면 헬스클럽, 에어로빅 등 그 종목에 해당하는 체육관을 열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심정수가 야구를 그만두고 헬스클럽을 차리려고 지원했나?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덩치에 비해 유난히 정이 많은 심정수는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를 위해 시험을 지원했다고 한다. 결국 시험에 떨어져 자격증을 따지는 못했지만 심정수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한편의 에피소드였다.

현재 심정수는 선수협 사태로 구단에서 방출된 상황이다. 작년에 부모님의 반대를 꺾지 못하고 참석하지 않았던 심정수는 올해는 굳이 뜻을 굽히지 않고 펴나갔다. 그러나 결과는 구단의 방출통보. 당당한 모습을 보이던 심정수도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며 인터뷰에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아직 동료 곰들은 전지훈련에서 돌아오지 않았지만 심정수는 일본에 있는 김동주로부터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격려의 전화를 받았다. 잠실 라이벌 LG 선수들이 선수협 단체 가입을 한 시점에서 열받은 곰들은 어떤 대응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선수협 탄압의 가장 선두에 섰던 두산의 한가운데서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심정수. 그가 하고 싶은 것은 헬스클럽 운영이 아니다. 그라운드에 서서 올 가을에 보여준 것 처럼 야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플레이로 펜들 앞에 당당히 서고 싶고 아들에게도 자랑스런 아버지가 되고 싶을 뿐이다.

심정수를 비롯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선수들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 싶다.

http://www.enter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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