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때문에 프랑스의 관광수입도 크게 늘어났다. 밀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관광철에는 두세 시간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고 웬만한 관광객은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으면 파리 관광의 반은 끝났다고 생각할 정도다.
독일과 일본도 에펠탑을 본떠 각각 베를린타워와 도쿄타워를 세워 국민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한편 관광명소로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영국도 새 천년을 기념하는 거대한 밀레니엄 돔을 이미 완성해 명소 꾸미기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세기가 바뀔 때마다 세계 각국은 거대 조형물 제작에 열을 올려 왔고 이를 통해 국가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가슴을 뿌듯하게 할 만한 새 천년의 상징물은 고사하고 외국인들이 와서 감탄할 만한 번듯한 관광명소 하나 없는 실정이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에 지어지는 ‘천년의 문’에 대해 시민운동가들이 대표적인 예산낭비의 사례로 꼽으며 ‘밑빠진 독 상’을 준다고 한다. 이 ‘천년의 문’은 ‘상암 새천년 신도시’ 조성계획과 함께 세계로 도약하는 수도 서울의 상징으로서 2002년 월드컵 개최에 맞춰 완성하는 기념 건축물이다. 21세기 한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조형물로서 큰 의미가 있으며, 이를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사실 서울에는 올림픽을 치르고 월드컵 경기를 앞둔 나라의 수도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서울을 상징할 만한 조형물이 빈약하기 짝이 없다. 기껏해야 올림픽공원과 남대문 정도가 명소로 꼽힌다. 그러나 이 남대문도 중국의 톈안먼(天安門)에 비하면 너무 왜소하다. 그나마 사방이 도로여서 기념사진을 찍을 장소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올림픽공원에 있는 평화의 문도 원래는 상당히 큰 규모로 설계됐었다. 그러나 막판에 여론에 밀려 크기가 줄어들었는데 당시 설계자인 김중업씨가 ‘그렇다면 이것은 진정한 내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역사상 가장 완벽한 올림픽을 치렀다고 자랑하면서 변변한 올림픽 기념관 하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도 그동안 공공근로사업을 벌인다며 수조원의 예산을 아끼지 않고 써왔다. 새 천년을 열어가는 시점에서 민족의 웅혼을 상징할 만한 기념비적인 명소 하나쯤 서울에 세우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그 규모가 크고 예술적 완성도가 높을수록 외국인들의 기억에 오래 남고 요즘 같은 불경기에 실업구제에도 도움이 되니 일거양득이다.
‘천년의 문’을 처음 구상한 이어령 교수는 이를 미래의 시간으로 향하는 ‘생성의 문’이라고 했다. ‘천년의 문’이 기념비적 역사 조형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나라 장래의 이미지와 민족의 웅지를 잘 나타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사랑 받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용성(OB맥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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