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획일적 제도 백년대계 망친다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8시 46분


하버드-MIT 동시합격한 이규영양
하버드-MIT 동시합격한
이규영양
“하버드대와 MIT에 합격한 학생도 들어가기 힘든 서울대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대학이겠구먼….”

22일 서울대 특차전형에서 내신성적 2등급인 수능 만점자도 낙방하자 서울대를 지원할 경우 내신 5등급에 해당하는 서울 과학고 2학년 이규영(17·李珪瑛)양이 미국 하버드대와 MIT대에서 동시에 입학 허가를 받은 것에 견주어 우리의 교육과 입시제도를 비판하는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학부모 홍수형씨(47)는 “현행 입시제도에서 이양이 서울대에 지원했으면 떨어졌을 것이란 말은 우리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급생 130명 가운데 25등 안팎인 이양이 올해 서울대 특차와 정시모집에서 의예과에 지원하면 만점을 받았더라도 ‘내신 감점’이 불가피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대는 특차모집에서 ‘수능 80%+학생부 20%’로 전형한다. 이때 학생부 성적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등 5개 과목의 평균 석차백분율을 계산해 10등급으로 나눠 등급간 1.5점씩 감점한다. 정시모집에서는 전 과목을 반영하며 등급도 30등급으로 세분화해 1등급과 30등급의 차가 59.4점이나 된다.

결국 이양은 만점을 받더라도 성적 만점을 받은 평준화 고교의 수능 고득점자보다 불리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측정을 통한 ‘진짜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와 서울대의 입시제도 비교

구 분하버드대서울대
입학전형기간12월 중순∼3월말12월 중순∼1월말

전형요소

대학진학적성시험(SAT)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
고교 성적표학생부 성적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추천서(교장추천제만 해당)
교내외 봉사활동 및 면접면접
리더십 특별활동
선발방식전적으로 대학 자율정부기준에 따른 대학 자율
입학 시기가을 학기봄 학기

그런데 과학기술 논문 수로 대학순위를 매기는 99년도 국제 SCI(과학기술논문색인) 지수에 따르면 세계 1위 대학은 8492건의 논문을 제출한 하버드대였으며 2위는 도쿄대, 3위는 UCLA였고 서울대는 73위(논문 1924건)였다.

독일 뮌스터대 송두율교수(사회학)는 저서 ‘21세기와의 대화’에서 “서울대는 세계 800위 수준”이라며 “서울대 교수의 연구실적은 하버드대의 0.56%, 도쿄대의 5.0% 수준이며 홍콩과 싱가포르대에 비해서도 7.9%, 13.6%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인용했다.

경희대 권준모(權峻模·심리학)교수는 “이양은 학업 성취도가 높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는 한국 입시 제도의 치부를 드러내는 극명한 사례”라면서 “입시 정책이 고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근절 등 정치적 논리에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김성인(金成寅)입학관리실장은 “수능이 ‘실수 안 하기’ 시험으로 전락했고 추천서 신뢰도가 미국보다 현저히 낮은 사회 풍토가 큰 문제”라면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한 사범대 교수는 “미국 대학은 고등학교 성적표와 생활평가, 교사 추천서, 에세이, 각종 대회 시상 경력, 과외 활동 내용, 특수 재능 보유 여부, 품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수학생을 선발한다”면서 “교육부가 획일성과 공정성에만 집착하면 결국 학생 개인과 대학은 물론 나라의 경쟁력까지 떨어질뿐”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동아일보에 만화 ‘하버드맨’을 연재 중인 켄트 킴(김형섭)은 하버드대의 신입생 선발에 대해 “이번에 합격한 이규영양의 경우 하버드대에서 ‘농구팀이 없느냐’고 물어오자 직접 농구팀을 만들었다는데 한마디로 바로 이런 도전적이고 리더십이 있는 학생을 뽑는 것이 하버드대”라고 설명했다.

켄트 킴은 “출신고교가 있는 지역의 하버드대 선배가 인터뷰해 모교로 보내면 그것도 절대적인 선발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서울대에서 학점이 나쁜 학생을 퇴출하니까 반발하던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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